갑자기 손이나 머리가 파르르 떨린다면?
가만히 긴장을 풀고 앉아 있는데, 혹은 무엇인가를 집으려 손을 내미는 순간 손 끝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발견하면 어떤 이들은 별로 대수롭지 생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혹시 이것이 어떤 큰 병의 전조 증상이 아닐까 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몸의 일부가 떨리곤 하는 증상들을 통틀어 진전증(tremors)이라 하는데, 손이 떨리는 증상이 가장 흔하지만, 머리가 떨리는 경우도 있고 다리나 턱이 떨리는 경우, 또 목소리가 떨리는 증상들도 다 이에 포함된다. 그 중 임상적으로 가장 흔하게 목격하는 경우인 손이 떨리는 증상을 수전증, 진전증이 머리에 나타나 머리가 떨리는 경우는 풍두선, 혹은 다른 말로 ‘체머리’라고도 부른다. 보통 머리나 손이 따로 떨리는 경우도 있고, 함께 떨리는 경우도 있으며, 혹은 턱만 떠는 경우도 있다.
가만이 있을 때 손 끝이나 머리가 떨린다면 신경계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 진정증은 나타나는 증상과 그 원인이 되는 이유에 따라 단순한 생리적인 떨림인지, 병적인 떨림인지 분류한다. 일단 크게 안정시 떨림이 나타나는 경우와 운동시 떨림이 나타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는 신경계 질환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많고, 후자는 생리적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런 떨림증상이 어떤 이유로 과장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즉 가만히 손을 바닥에 내려 놓고 있을 때에도 떨림이 지속된다면, 파킨슨씨병, 혹은 약물유발성 파킨슨증 같은 신경계 질환을 그 원인으로 의심할 수 있으며, 글씨를 쓰거나 바늘 귀에 실을 넣을 때, 손을 앞으로 쭉 뻗고 손가락을 벌렸을 때, 수저로 밥을 떠 먹을 때 등 어떤 행위를 하면 손떨림이 유발된다면 이는 본태성 진전, 생리적 진전, 과장성 생리적 진전일 수 있는데 이들는 특별한 신경계 질환으로 인해 생기는 진전증이 아니다.
특정한 행동을 할 때 손 끝이나 머리가 떨린다면 일단 특별한 질병이 원인이 된 것은 아니다
본태성 진전이란 원래 떨리는 병이라는 뜻으로 떨리는 것이 유일한 증상이며 원인이 되는 다른 질환은 없다. 주로 손에 나타나며, 머리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몸통을 떨기도 한다. 이렇게 머리를 흔드는 경우 ‘체머리 흔든다’는 표현을 쓰는데, 보통 젊은 나이에서 많이 나타나지만 별로 병으로 생각하지 않다가 점차 나이가 들면서 떨리는 진폭이 커지며 병으로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주로 글을 쓰거나, 차를 마실 때 진전이 발생하는 운동성 떨림의 양상을 보이는데 가족력을 보이는 경향이 자주 있고 심한 경우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생리적 진전이란 누구나 손 끝에 힘을 주고 손을 쭉 뻗으면 손끝이 약하게 떨리는 상태를 의미한다. 생리적 진전은 의학적으로 큰 문제가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악화 요인이 있는 경우 손이 떨리는 증상이 심해져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게 되면 치료를 시작한다.
이 외에도 손이 의도한 목표점에 도달하기 직전에 마구 떨리는 의도성 진전(주로 소뇌의 이상으로 발전), 지속적인 근육 수축으로 손발이 뒤틀리거나 반복적 동작, 고통스러운 자세, 불안한 자세로 인해 일어나는 근긴장성 진전등으로 나눌 수 있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진전증의 원인과 치료법
한의학적인 관점에서는 진전증을 바라보면 심허(心虛), 간풍(肝風), 비허(脾虛), 풍담(風痰), 음허풍동(陰虛風動)등의 다양한 원인이 있을수 있다고 본다.
심허란 심장이 약해져서 오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평소 신경이 예민하여 잘 놀래고 내성적이며 소심하고 근심걱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혹은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충격을 받아 심장이 약해지는 경우에 발생하기도 한다. 긴장을 많이 하거나 무서운 일을 당하면 손발이 덜덜 떨리고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일반인들도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인데, 심장의 기운이 약해지면 이러한 증상이 지속적으로 심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또, 간장에 혈(血)이 부족하거나 화(火)가 쌓이게 되면 신경계가 흥분되어 풍(風)이 동하여 떨림증이 발생하는데, 이를 간풍이라 하며 심허와 마찬가지로 정신적인 압박이 그 원인이 된다.
반면 비장의 기운이 약해지면 원기가 부족해져 팔, 다리, 사지말단과 근육에 기운을 공급하지 못해 스스로 자기 몸을 지탱할 힘이 부족해져서 손이 떨리게 되며, 이로 인해 수전증과 팔, 발, 다리, 머리, 턱이 떨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으면 진액이 변하여 비정상적인 산물인 담음이 발생하게 되며, 담음이 많이 생기게 되면 기혈순행장애가 더 심해져서 영양공급을 잘 받지 못하는 부위에서 떨림증이 발생하여 기혈순행과 영양공급을 촉진시키려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풍담이라 하며, 비허와 함께 신체적인 불균형이 떨림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되겠다.
이렇게 떨림이 발생하는 각각의 원인에 따라 보심(補心), 평간식풍(平肝熄風), 거풍화담(祛風化痰), 건비(建脾) 등의 치료를 주로 탕약과 침, 혹은 추나요법을 통해 한의학에서는 진전증을 접근하고 있는데,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 치료효율이 좋은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