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의 남자환자가 갑작스럽게 생긴 어지럼증으로 필자를 찾아왔다. 남성은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주위가 돌면서 토할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고 하였다. 전에는 겪어본 적이 없는 심한 어지럼증으로 혹시 머리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하루 종일 속이 메슥거리며 멀미한 것 같은 증상과 함께 어지럼증이 지속되었는데, 서 있을 때는 괜찮다가도 누우려 하면 바로 어지럼증이 생긴다고 하였다. 필자가 환자를 진찰하였을 때 환자의 눈동자의 떨림, 즉 안진이라고 하는 특별한 소견이 관찰되었다. 환자의 안진은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특정한 양상을 띄며 나타났는데 이는 전형적인 말초성 어지럼증인 이석증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안진의 패턴을 기록, 분석하는 검사를 통하여 이석증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고, 몇차례의 이석치환술로 환자의 증상을 극적으로 호전 시킬 수 있었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이석증이란, 다름아닌 귀속의 돌, 즉 이석의 위치가 제자리에서 벗어나서 발생한다. 이는 갑작스런 어지럼증을 유발시키는 첫번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귓 속에는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더불어 평형감각을 유지시키는 세반고리관 및 전정기관이 있다. 이 귓 속의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기관인 세반고리관에 전정기관의 주머니 속에 있어야할 이석이 흘러 들어감으로써 어지럼증과 오심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이석증이다.
연구에 의하면 이석증을 생기게 하는 흔한 이유로 편두통, 외상으로 인한 머리의 충격, 골다공증, 불안증 및 공황장애 등을 들고있다. 이석증의 치료법인 이석치환술이란 전정에서 빠져나와 세반고리관 안으로 들어간 돌들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통계 자료에 의하면, 불행하게도 치료 후 이석증의 재발률은 약 40% 정도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주 드문 경우 이석치환술이 효과가 없을 때도 있는데 이 때는 수술도 고려하기도 한다.
이석증 발병시 주의해야할 점으로는 과격한 운동이나 장기간의 운전 등 과로를 피해야 하며, 특히 달리기, 골프, 수영 등 머리를 많이 움직이는 운동은 삼가하여야 한다. 음주도 이석증의 재발을 높이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되 너무 오래 누워있지는 않도록 해야한다. 또한 이석증이 잘 생기게 하는 자세, 즉 고개를 장기간 숙이는 것 등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