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를 떠나며 지나온 발자취를… Flattop Mountain (1)

가을 산엔 향기가 있습니다. 꽃과 열매와 뿌리까지도 포함한 자연의 향취와 그 산을 찾는 사람의 내음도 향기로 전해옵니다. 계절의 부지런한 발길이 이곳 알래스카로 먼저 달려와 온 세상을 단풍색으로 물들이고 있어 이런 자연의 선명한 색들을 보며 나도 물들고 싶고 그 품에 안기고 싶다는 충동이 이는 시간들입니다.
계절의 탈바꿈을 가장 확연하게 눈치 챌 수 있는 요즈음 산으로 가는 포도 옆 가로수 위로 가을이 살포시 내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서서 두 다리로 걷다보면 온몸이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 바로 트레킹의 쾌락이 아닐까 합니다.
그 기쁨으로 산을 오르고 진한 삶의 노폐물을 땀으로 빼내면 자연은 도시의 감각을 일깨우고 일상의 느낌을 그대로 감성의 화폭에 가득 그리게 합니다.

앵커리지 도심을 빠져나와 바다로 내달리는 Seward Hwy로 들어서기 전에 좌측으로 들어서 점점 고급스러워지는 주택가를 비집고 오르막길을 한참을 가면 앵커리지의 명산 플랫탑으로 오르는 주차장에 이릅니다.
산행을 준비하고 있는데 옆에 차가 한 대 들어오고 낯설지 않은 얼굴들이 인사를 건네옵니다. 엑시트 글레이셔를 오를 때 잠시 대화를 나누었던 그 커플들입니다. 이처럼 여행에서의 우연한 만남은 인연으로 이어지는데 출발한 곳은 모두 다 달라도 이제 갈 곳은 한곳이고 모두 같은 바람이 있다면 정상에 서서 진한 감동을 느끼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제는 길 위에서의 동행이 되어 함께 산을 오르게 됩니다.

걷는 일에 익숙하지 않을지라도 앵커리지의 아름다운 도시 풍경이 넉넉하게 시선을 채워주는 전망대에 서길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하고 있는데, 이곳의 주차장이 넘치면 이어지는 Glen Alps Trailhead에서 출발하기도 합니다.
정상을 찍고 돌아와도 5km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아무리 산정에서 한시름 풀어놓는다 해도 세 시간이면 충분하고 꾸준하게 450여 미터 높이의 산을 오르는데 초가을이면 들판 가득 채워지는 블루베리의 향기를 쫓아 오르다 보면 힘든 줄도 모르고 이어지는 가파른 모서리 길 양편으로 바다와 산이 함께 하니 즐거움이 가득한 길입니다.

평평하니 넓은 너덜지대의 정상이라 Flat Top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는데 이 정상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바다며 도시며 산을 두루 조망하며 마음에 낀 때들을 씻어 줄 수 있는 곳입니다. 앵커리지 시내 경계 내에 있는 지리적 위치로 세상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오르는 산중의 하나로 자리매김을 합니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