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3대를 가는 법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녀에게 죽기 전에 미리 수년에 걸쳐 재산을 나눠주겠다고 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상속문제나 절세방법에 대해 부모와 성인 자녀가 대화를 나누는 가족들도 찾아보기 어렵다. 상속세 절세를 위해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재테크 전문가들이 조언하지만 대게는 사망 직전까지 상속을 늦춘다.
캐나다의 자산운용회사인 RBC Wealth Management에서 미국, 영국, 캐나다의 평균 순자산 50억원 이상인 3천명을 대상으로 상속계획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역시나 증여나 재산 상속을 사망이나 병이 들 때까지 미루는 사람들이 59%인 것으로 나타났다. 넉넉한 노후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당장 재산을 물려줄 필요가 없어서, 혹은 자녀에게 미리 재산을 주는 게 찜찜해서라는 이유 등을 들었다.

 

 

 

증여 및 상속 여부를 떠나서, 재산에 관해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를 거북하게 여기는 부모들이 전체의 60% 정도였다. 그 중 47%는 대화를 나누더라도 일반적인 내용만 언급하겠다고 답했고, 13%는 자녀와 상속에 관해 일절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3천명 중 유언장을 작성한 경우도 불과 절반 정도밖에 없었다. 아무런 상속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밝힌 부자들도 32%나 됐다.
이에 반해 소수이긴 하지만 미리 증여나 상속 계획 하에 재산을 트랜스퍼하는 부자 부모들도 29%나 된다. 이들의 기본 방향은 어렵게 일으킨 자산의 규모를 합법적으로 유지하여 다음 세대로 보존하고 증식되게 하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다. 상속 얘기를 늦추면 늦출수록 자녀가 상속 재산을 보존하고 증식시킬 기술을 쌓는 기회를 너무 조금, 혹은 너무 늦게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돈을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고기 잡는 법 (재산을 관리 증식하는 법)을 일찍부터 의논해야 한다.

 

 

 

한국과 비교해 보면 미국은 생전의 ‘증여’가 훨씬 수월하다. 한국은 10년에 한 번씩 증여세 면세한도인 5천만원이 리셋되는 것과 달리, 미국은 자녀 한 명당 1년에 만오천불 씩 (2018년 기준) 증여가 가능하고, 부부 공동증여로 하면 한 명당 매년 3만불까지 세금 한 푼 안 내고 합법적으로 증여할 수 있다. 부모가 혼수로 집 다운페이를 도와줄 경우 12월 말에 3만불, 그리고 1월 초에 3만불, 총 6만불을 주어도 면세된다. 달력상으로는 2년에 걸쳐 증여하지만 불과 며칠 안에 트랜스퍼가 일어난다. 자녀와 그 배우자 명의로 따로 증여할 경우 2배인 12만불까지 증여할 수 있으며 양가에서 같이 방식으로 증여할 경우 24만불까지,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상당한 금액의 자산을 세금 없이 자녀에게 이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에 따르는 신고 의무에 관한 논의는 생략하겠다.

 

 

 

증여세 면세 한도 외에도 트럼프 조세 개혁으로 2018년부터 미국 평생 증여세 크레딧이 개인당 $10 million으로 대폭 늘어났다 (2017년에는 평생 증여한도액이 $5.49 million 이었다). 자녀가 한 명인 집에서는 부부가 각각 100억원씩의 금액을 세금 없이 줄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 이 정도의 금액을 상속할 경우 최소 20억 이상을 세금으로 각오해야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본인이 사망하고 난 후에 자식들이 짊어질 상속절차, 재산 다툼, 세금폭탄으로 흐지부지될 재산에 대해서는 본인 사망 후의 걱정거리이므로 미루는 경향이 많다. 부모 사망 후 자녀들이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상속’을 받게 되면 상속 재산의 처분과 관리 및 증식 결정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으며, 남은 가족 구성원들과도 불화가 생기기 쉽다. 최소한 유언장이라도 작성해 놓자. 생전에 증여도 적절히 활용하고, 미국 소재 재산은 유언장 및 리빙 트러스트를 만들어 재산을 옮겨놓으면 상속법정으로 가는 과정을 스킵할 수 있어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재산 상속이 가능하다. 한국에 있는 재산은 한국에서 상속등기 절차를 거쳐서 법적 비율로 재산 분할이 되므로, 한국식 유언장을 따로 작성해 놓아야 본인이 원하는 대로 상속이 가능하다. 부자가 3대 이상 가려면 계획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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