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흔한 수면 질환, 하지불안증후군

60세 여성환자가 불면증을 호소하며 필자를 찾아왔다. 환자는 매일밤 잠들기가 너무 어렵다 하였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잠자리에 눕기만 하면 두다리에 이상한 느낌이 생겨 신경에 거슬린다고 한다. 환자는 다리의 안쪽 깊은 곳에서 터질 것 같거나 쥐어 짜는 통증과 더불어 두다리가 동시에 매우 저린다고 하였다. 이들 증상들은 다리를 움직여 주면 호전되는데 움직이지 않고 주무르거나, 비비거나, 당기거나 하여도 일시적으로 좋아진다고 하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는 초저녁이나 때로는 오후나 오전에도 이 같은 증상이 생긴다고 한다. 아무튼 환자는 이 증상으로 잠들기가 매우 어렵고 잠이 들어도 자주 깨고 다시 잠들기 힘들어, 수면 시간이 부족하고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아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하였다. 흥미롭게도 환자는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매우 힘들고,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강하여 이를 억제하기가 매우 어려워 결국엔 움직여야만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하였다. 이 환자의 증상은 2012년 국제 하지불안증후군 (Restless leg syndrome) 연구그룹이 제정한 진단기준에 부합하였다. 필자는 다른 원인에 의한 하지불안증후군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가지 검사를 시행하였고 결국에는 환자의 문제를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내릴 수 있었다.

 

한 역학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5-10%에서 하지불안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편두통이 있는 경우 매우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아마도 전체적인 신경계가 민감화되어 나타나는 질환으로 생각될 수 있는데, 과거에는 철분 결핍이 있는 환자에게 하지불안증후군이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철분 부족을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으로 생각하였으나, 최근의 연구결과 중추신경계의 도파민(dopamine) 기능저하가 하지불안증후군의 주요 발생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위 여성환자는 도파민 효용제(dopamine agonist)를 처방받았으며, 환자는 투약 첫날부터 극적인 증상 개선이 나타났고, 이후 약물 조정을 통하여 상당한 증상의 개선을 도모할 수 있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불면증의 매우 흔한 기저 질환으로 이를 의심하고 이와 유사한 진단을 배제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또한 하지불안증후군은 치료에 매우 효과적인 반응을 하므로 신경내과전문의로서 환자들에게 크나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신경과 질환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