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수술을 어떤 경우에 받아야 하나?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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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뉴욕에 있을 때의 일이다. 몇 년 전 어느 날 지인으로 부터 한가지 부탁을 들었다. 한국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친구인 K씨를 잠깐 진찰해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어느 주말 골프 모임에 가서 골프를 치다가 갑자기 허리 부분을 야구방망이로 맞는 듯한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고 한다. 이 통증이 얼마나 심했던지 허리는 물론이고 다리까지 통증이 내려가는데 도저히 움직일 수 조차 없었고 통증만이 문제가 아니고, 소변을 참기위해 힘을 줄 수도 없는 정도였다고 한다. 집에 가서 쉬려다가 골프 필드에서 꼼짝 달싹도 못하고 못 움직이는 바람에 구급차를 불러서 뉴욕 맨하탄의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응급 검사를 하더니 의사가 생전 처음 들어오는 무슨 무슨 진단명을 이야기하면서 즉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그 날로 응급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결과는 괜찮았는지 며칠 후 퇴원하게 되었다. 퇴원시 신경외과 의사는 일단 수술은 했지만 기능상의 회복을 위해서 계속 통원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집에 보내주었다고 한다. 이제 허리와 다리를 연결하는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소변을 조절하는 기능은 어느 정도 회복되었으나 아직 다리를 쓰는 것이 부자연스러웠고 감각도 이상했기에 집을 나가서 돌아다니지는 못하는 상태였다.

환자의 병력을 복기하여 보니 골프를 치다가 요추간판이 파열되었고 파열된 추간판(椎間板, 디스크)이 탈출하면서 소위 ‘마미(馬尾)’라고 불리는 허리의 신경 다발을 누르면서 생기는 ‘마미 증후군(馬尾 症候群)’을 앓았던 것이었다. 필자가 진료한 결과 오른 쪽 다리에 명백하게 근육의 힘이 떨어져 있었고 흔히 ‘족 하수’라고 불리는 발목의 힘이 없어서 발을 제대로 들지 못하는 현상이 있었다. 이는 발을 들어 올리는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이 허리 디스크 파열로 눌려서 신경 손상이 일어났기 때문인데 그 원인이 되는 추간판 자체는 제거되었으되 병이 발병한 초기에 신경이 매우 심하게 눌렸기 때문에 신경이 그 기능을 일부 잃는 손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K씨는 여러가지로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미국인 신경외과 의사에게 일일이 물어볼 수 없었기에 필자에게 많은 질문을 하게 되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수술은 잘 된 것인지, 수술이 잘 되었다면 왜 아직 다리에 감각이 없고 걷기도 어려운 것인지, 앞으로 좋아질 가능성은 없는지 수많은 질문을 필자에게 물어왔다. 여기서 필자가 답했던 모든 내용을 기술할 필요는 없겠지만 수술 자체는 그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수술이었고 결과도 성공적인 것으로 보였다. 이제 문제는 남아 있는 신경 손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았었는데 필자는 K씨에게 ‘마미 증후군’과 같은 응급 상황에서 잘못하면 신경의 기능을 영구적으로 잃을 수도 있었는데 손상이 이 정도로 제한적으로 남은 것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위로해야 했다. 그런데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누구는 이렇게 응급 수술을 받게 되는데 그럼 어떤 요통 환자가 수술을 받아야 할까? 자세한 것은 다음 칼럼에서 논의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