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핑포인트 (Tipping Point) – 큰 불행을 막는 작은 결정

로펌을 찾아오는 고객들은 다양한 이유로 세금문제를 들고 찾아온다. 각자에겐 각자의 이유가 있는 것이지만, 그 다양한 사연을 연속적으로 마주하는 변호사는 온갖 미국 사회의 단면을 마주한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그 사연의 이면에서 상상하기 힘든 가족사나 불행을 목격하게 된다. 그 중 가장 마음 아픈 것이 가족들의 건강 문제로 인해 재정 문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건들이다.
문제의 시작은 항상 작은 곳에서 야기된다. 건강, 돈, 직업이나 사업 문제가 한꺼번에 같이 몰아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하나씩 겹쳐져서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티핑포인트 (Tipping Point)]에서 다룬 현상처럼 처음에는 아주 미미하게 진행되다 어느 순간 균형을 깨고 예기치 못한 일들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그 시점이 분명히 있다.


한 번은 월급에 걸린 차압 문제로 찾아온 평범한 50대 직장인이 있었다. 연방세도 밀려있었지만 더 급한 불은 버지니아주 건이었다. 계속된 통지서에도 아무 반응이 없자 버지니아 세무청에서 월급의 75% 정도를 차압 (wage garnishment)하기 시작한터라 빨리 손쓰지 않으면 식구들이 굶을 지경이었다. 특히 이들에게는 8명의 자녀가 있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맏이부터 막내 6살까지 모두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다.
이 가족의 세금 문제는 십 년 전 남편의 작은 결정에서 시작됐다. IT 계통으로 월급이 괜찮았던 남편은 아이들이 계속 태어나자 월급에서 떼고 주는 세금을 식구 수를 핑게로 확 줄여버렸다. 실직과 구직을 거듭하는 IT 계통이라 일단 집에 가져오는 돈이 많아야 식구들의 생활비를 책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세금보고 시즌이 되면 납세를 위한 목돈 마련이 어려워 세금보고를 미루기 일쑤였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몇 년간 세금보고를 하지 않아도 IRS나 버지니아주에서는 아무런 연락이나 독촉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세금문제를 외면해온지 어언 십 년. 마침내 그간 조용히 쌓여오던 세금 문제가 한 순간 터져버린 IRS 감사가 시작됐다. 십년치 세금보고를 한꺼번에 해야했고, 그간 쌓인 세금과 벌금을 한꺼번에 독촉받았다.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남편은 늦은밤 텔레비젼 광고에 나오는 회계법인을 고용하고 믿어보았으나 시간끌기 전략만 썼다. 납세자가 세무를 기피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IRS는 아이들이 태어나 자라던 집을 포클로져(foreclosure) 하기에 이르렀다. 셋집으로 이사하며 10년 가까이 키우던 가족같은 개를 입양보내고 아이들이 밤새 울었다고 한다. 원래 우울증과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사춘기 자녀는 급기야 자살 시도로 병원에 입원했고 다른 자녀는 약물 문제로 속을 썪였다. 6살 막내는 태어나면서부터 간질증상과 호흡기에 문제가 있어 산소 호스를 밤낮 차고 있어야 했는데 일주일에 이삼일은 엄마가 병원에 데려가야 했다. 외출할 때 나머지 아이들을 돌봐 줄 베이비시터에게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았다. 아픈 아이들과 해결되지 않는 세금독촉 문제로 몸과 마음이 피로해진 부부는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풀었고 부부 싸움이 별거로 이어지다 남편이 패혈증 쇼크로 쓰러져 입원하자 부부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합친 상태였다. 집주인이 집을 판다고 이사 나가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 얼마 전인데 이제는 버지니아 주정부에서 월급을 차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정도 되면 티핑포인트가 어디였나 살피기도 벅차다.

십 년 전,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아예 월급에서 세금을 떼고 받았으면 좋았을 걸. IRS에서 좀 더 일찍 감사를 시작했더라면 출혈이 줄었을 텐데. 집을 날리기 전에 손을 썼더라면 가족의 보금자리만큼은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실직과 구직을 거듭했다면 적당한 시기에 징수불가상태 (Currently Not Collectible)라던가 세금삭감신청 (Offer in Compromise)을 제대로 신청하기만 했더라면. 곳곳에 있던 수많은 기회들이 모두 휙휙 지나가고 남은 건 아픈 몸과 남은 세금과 차압된 월급. 이들을 돕기 위해 버지니아 주정부와 몇 주째 힘겨루기 중이다. 기나긴 사연을 편지로 써서 Financial Form과 함께 주정부에 보내고 나도 살짝 몸살을 한 듯 하다. 이 한 가족의 문제만 해결해 줄 수 있어도 난 이 직업에 경의를 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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