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 배경 필요없는 나만의 저력 기르기

세금 문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크게 두 가지 그룹으로 나뉘어진다. 먹고살다보니 바빠서 그간 세금 문제에는 신경을 못 썼지만 이제는 깨끗히 정리할 건 정리하고 살고싶다는 행동형 그룹이 있는 반면, 세금문제는 전적으로 자기 잘못이 아니라 전 남편이나 사업 파트너의 잘못이며 자신의 배경과 사회적 지위에 비해 이런 문제는 돈주고 사람 써서 해결할 수 있는 별 것 아닌 문제로 취급하는 미루기형 그룹이 있다. 행동이 따라오지 않으면 당연히 해결도 미루어진다.

 

솔직히 말하면 겸손한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진 고객들에게 더 신경쓰고 자주 연락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주위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보다 왠지 겸손하고 채워주고 싶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아낀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주에는 공자가 너무나 좋아하고 존경했던 제나라의 재상이었던 ‘안자’의 이야기가 특히나 내 눈길을 끌었다.

 

안자는 겸손하고 검소하며 자기를 낮추는 자세를 지닌 정치가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재상이 된 뒤에도 고기 반찬을 2가지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고 첩에게는 비단옷을 입지 못하게 했으며 임금이 물으면 바르고 신중하게 대답하고 묻지않으면 몸가짐을 조신하게 하였으나, 임금이 바르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하면 소신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는 재상 ‘안자’가 외출을 하려고 하는데 마부의 아내가 문틈으로 자기 남편을 보니 마부인 남편은 마차의 큰 차양 아래에 앉아 네 마리 말에 화려하게 채찍질을 하며 의기양양 매우 거들먹거리며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마부가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마부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까닭을 물으니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키가 여섯 자도 못되는 안자는 제나라 재상이 되어 제후들 사이에 명성을 날리고 있지요. 안자의 외출하는 모습을 보니 품은 뜻은 깊고 자신을 낮추는 겸허한 자태였는데, 키가 여덟 자나 되는 당신은 그의 배경에 기대어 아주 만족스러워하더군요. 그것이 제가 이혼을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그 후 자신을 낮추고 급 겸손해진 모습을 보이는 마부의 행동변화를 감지한 안자가 그 이유를 물으니, 마부가 아내와 있었던 일을 대답했고, 사람 됨됨이를 알아본 안자가 마부를 큰 벼슬자리로 천거했다는 이야기였다. (사마천 사기, 관안열전)

 

자칫 다르게 읽으면 다른집 남편과의 비교질로 마부 남편을 출세시킨 부인의 성공 스토리라던가, 깨달은 교훈을 행동으로 접목시킨 마부의 인간됨을 알아본 안자의 안목 등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지위와 배경에 기대어 우쭐하지 않고 자기를 낮추고 자신의 일에 충실하는 모습이 중요하다는 레슨 만큼은 분명히 전달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지인과 가족과 속한 회사의 배경과 지위라는 사상누각과도 같은 거품을 빼고 나서도 우리가 현재와 미래의 생활을 영위해 낼 수 있는 역량과 저력이 있는 사람인가.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별다른 타격없이 지낸 사람들도 있지만, 생활이 휘청거린 사람들도 많다. 타격을 입은 이들은 오히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방향을 잡는 과정을 거쳤다. 바쁜 일상 생활 중에서도 몇 년 후 나의 모습을 설계하고 지위 배경 따위 필요없는 나만의 저력을 조금씩 기르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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