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남들처럼 좋아지지 않을까?

오늘은 조금 이상한 제목의 칼럼을 쓰게 되었다. 위와 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 필자로서는 한번씩 지면을 통해 이런 궁금증을 가지는 다른 환자들을 대표해서 76세 여성 P씨를 소개하기로 한다. P씨는 만성 요통환자이다. 이미 허리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고, 본인 말을 빌면 첫번째 수술은 그나마 괜찮았는데 두 번째 수술을 받고 통증이 더 악화되었다고 했다. 수술이 꼭 필요한 사람은 꼭 받아야 하지만,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함부로 받지 말라는 필자의 경고를 기억하시는 독자들은 아마도 두 번째 수술을 필요없는 것이었나보다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수술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두 번째 수술이 실패하거나 받지 말아야 할 수술이었다고 속단하기는 어렵고 아마 그 당시에는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절박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짐작해본다.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P씨는 진통제가 없으면 하루도 나기 힘든 통증 속에서 살고 있으면서 필자를 보기 위해 매달 필자의 병원을 찾는다. 가끔 통증이 심할때면 경막외 주사 등으로 통증을 다스리기도 하고 많이 아프기는 하지만 그나마 드시는 마약성 진통제가 잘 들어서 그런대로 통증을 근근히 조절하면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질문을 하셨다. 닥터 고의 칼럼을 보면 약물이나 주사로 치료가 되어 좋아진 사람들 사례가 많이 나오는데 왜 나는 완치되지 않는가 하고 물어오신 것이다.
필자의 칼럼은 주로 환자가 아닌 사람 혹은 자신이 환자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단순히 진단없이 증상만 가진 분들이 주로 읽기 때문에 가장 전형적이고 명쾌한 경우가 주로 소개된다. 예를 들어, 허리가 아파도 디스크에 척추 관절염, 천장 관절염, 고관절 퇴행성 관절염 등이 겹친 사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디스크면 디스크, 관절염이면 관절염 이렇게 한가지 병만 가진 사람을 소개하게 된다.

그래도 읽는 사람이 이해도 잘되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가 좋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러군데 아픈 사람이 훨씬 많다. 이 분들은 치료도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필자를 찾는 대부분의 환자는 완치나 근치의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오래 심한 증상을 앓는, 쉽게 말해서 P씨와 같은 경우는 그저 증상의 완화 내지는 조절에 목표를 두고 치료할 수 밖에 없다. 아직은 필자의 능력이, 그리고 현대 의학의 능력이 그것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필자도 모든 사람이 다 치유받는 기적의 의사였으면 좋겠지만 필자도 완치 못시키는 환자가 종종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만성적으로 치료되지 않는 통증을 가진 사람이라도 필자에게 진료받고 통증이 조절되어 천만다행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통증성 질환은 물론 완치나 근치가 가장 좋지만 아니면 적절한 선에서 조절하면서 사는 것도 지혜로는 방법이다. 적어도 포기하고 그냥 고통받으면서 아무것도 못하게 사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