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문제 해결은 어렵고 비싸다? 세알못 해결법

슬슬 배고픈 퇴근시간. 아침에 쪄둔 단팥호빵을 우유와 먹을 상상으로 주섬주섬 가방을 싸는데 전화가 울렸다. 전화기를 째려보다가 받아보니 간단한 통성명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빠르게 궁금한 것부터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분 같았다. 바로 원하는 답을 뱉어내지 않으면 마치 큰 일이라도 날 듯한 분위기이다. 대부분의 질문자들이 전화로 나름 ‘총정리’해서 들려주는 사실관계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모든 사실이 들어있기도 힘들 뿐더러, 어떤 경우는 질문자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스윽 지나치는 이야기에 귀가 쫑긋 세워지기도 한다. 고객들의 필터를 거친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유리한 대답을 듣기 위한 질문에 말리지 않으려면 충분한 상담과 자료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진지한 일대일 상담보다 전화로 빠른 명답을 듣기를 원한다.

고객들이나 세무대리인이나 마지막 목표 지점은 매 한가지이다. 모든 필요한 세금보고서를 합법적으로 그러나 최대한의 절세 방법으로 파일링한 다음, 벌금과 이자까지 계산된 총 세금액을 바탕으로 IRS와 네고해서 내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수준에서 최소한으로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다시는 세금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새로운 회계연도부터는 차근차근 예치금이나 원천징수를 미리미리 조정하고 납부해서 다음 해부터는 걱정 없이 세금보고를 제 시간에 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미국생활에서 끝없이 따라다니는 지긋지긋한 세금문제 고민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새해에는 시민권이나 영주권 신청을 앞두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결혼을 약속하거나 집을 사기 위한 융자를 받거나 tax lien을 없애서 사업체 융자를 받아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절차에 세금문제 해결이란 조건이 따라다닌다. 계속 미루다가는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원하던 기회나 희망 앞에서 안타깝게 날개를 접고 후회하며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엉키고 뭉친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어가다 보면 정작 안에 들어있는 두려움이란 실체는 어처구니없이 작은 그 무엇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번 풀어봐서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에는 정당한 수임료라는 댓가가 있다.

몇 달간의 전쟁을 치르고 홀가분하게 세금문제를 해결하고 떠나가는 고객들은 일부러 웃기려하지 않아도 잘 웃는다. 농담도 많이들 하고 한참 후에 전화로 내 안부를 묻는 여유까지 보인다. 처음에 나라는 사람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땅이 꺼지는 한숨과 쳐진 어깨로 문제를 들고와 내가 설명하고 해결방안을 보여주며 희망을 줬다는 이유로 나를 믿어주고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간다. 그들이 없으면 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더 감사하다. 낯선 사람끼리 약간의 거래를 했을 뿐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힘들었을 때를 돌이켜보면 약간의 순탄함이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란 기억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실타래를 푸는 “옳은” 방법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이 날카로운 질타가 되어서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자책을 자주 한다. 여기까지 오게 된 상황에 대한 이해와 평온한 ‘친절함’이 마음을 열게 하는 열쇠임을 알면서도 조금 더 정보를 주고 싶은 생각에 ‘옳은’ 말 덩어리로 대화를 이어가지 않을 것을 새해를 맞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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