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체질 이야기(2) : 병이 아니라 사람을 고치는 의학

병을 고치는 의학
흔히들 한의학은 현대의학과는 달리 눈으로 보이지 않는 ‘병의 뿌리’를 중심으로 치료하는 학문이라 이야기 한다. 이는 한의학만의 독특한 ‘관점’을 잘 설명해주는데, 비단 한의사들뿐 아니라 한의학을 선호하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한의학’의 우수성을 주장하기 위해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곰곰히 들여다보면 결국 현대의학이든 한의학이든 공통적으로 치료의 궁극적인 대상으로 ‘병’ 그 자체를 지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세부적으로 병의 겉으로 드러난 부분을 타겟으로 삼느냐, 보이지 않는 부분을 타겟으로 삼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 둘 다 큰 범주에서 병 그 자체를 고치는 의학, 즉 ‘치병의학(治病醫學)’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사람을 고치는 의학, 사상의학
아니, 그렇다면 세상에 병을 고치려 하지 않는 ‘의학’이 있단 말인가? 애초에 병을 고치기 위한 학문을 의학이라고 생각해온 이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개념이지마, 실제로 ‘병을 고치지 않는 의학’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자생해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사상의학’이 그것이다.
사상의학은 지난 수천년간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그 근본을 유지해온 ‘병을 고쳐 건강을 유지한다’라는 의학의 가장 기초적인 대전제, 즉 ‘치병의학’의 개념을 무너뜨린 전혀 새로운 학문이다. 기존의 의학과는 달리 사상의학에서는 사람의 체질마다 쉽게 걸리는 병이 따로 있고 심지어 같은 병에 걸렸을 경우에도 체질에 따라 각각 다른 증상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병’ 자체보다 ‘사람’간의 차이를 더욱 염두에 두고 치료를 해야만 한다고 본다.

 

 

회복이 더딘 것은 상처의 크기보다는 환자의 회복력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누군가 살짝 다친 발목이 오랫동안 낫질 않아 고생하고 있다면, 일반 한의학이나 현대의학에서는 발목이 생각보다 복잡하게 다쳤을 거라 생각하고, 정확한 부상의 모양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하지만 사상의학에서는 ‘회복력이 떨어뜨린 내적인 기운의 불균형’을 그 원인으로 본다. 이러한 접근법의 차이가 바로 질병치료 과정에서 진단과 치료의 대상을 ‘질병’에서 ‘질병에 걸린 사람’으로 옮긴 매우 특별한 의학을 만들어 내었는데, 바로 특징으로 인해 동무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을 치병의학(治病醫學)아 아닌 치인의학(治人醫學)이라 한다.

 

 

체질과 상관 없이 다쳤어도 체질치료가 효과 있을까?
사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몸에서 쉽게 상하는 부분과 잘 상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만성병들에 대해서는 태생적으로 약하게 타고난 부분을 채워주는 사상의학적인 치료가 기존의 의학보다 큰 효과가 거둔다는 점에 대부분 쉽게 수긍한다. 그렇다면 감기나 다리를 삔 것과 같이 ‘체질’과는 별 상관없이 발생한 질환들에도 ‘체질치료’가 큰 효과가 있을까? 가끔씩 이러한 질문을 본인이 강의하고 있는 한의대 학생들이나 환자들로부터 종종 듣는데 대답은 ‘당연히 그렇다’이다. 아니 많은 경우 오히려 ‘체질’과는 상관없는 병증에도 ‘체질치료’가 더욱 더 빠른 치료효과를 보여주는 경우가 왕왕 있다.

 

 

체질 치료는 병을 고치는 치료가 아니라 몸의 회복력을 끌어올리는 치료
모든 사람이 체질적인 불균형을 지니고 태어나지만, 이러한 불균형은 기혈이 충만한 젊고 건강한 시절에는 겉으로 잘 드러나질 않는다. 하지만 노화나, 잘못된 습관이 이 타고난 불균형을 심화시키면서 병에 쉽게 걸리고 잘 낫질 않게 되는 상태가 되면, 우리는 이러한 상태를 ‘병’이라 부른다. 또 이러한 불균형이 아직까지는 심해지질 않아 ‘병’에 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해도 우리 몸은 여전히 불균형한 상태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평소의 우리 몸은 이미 원래 지니고 있어야 할 최상의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이러한 불균형한 상태의 우리 몸은 ‘예전’과는 달리 간단한 감기나 근육통과 같은 질환 들에도 고생을 하게 된다. 간단한 발목 염좌라면 건강한10대는 길어야 일주일이면 회복되지만, 50대에는 같은 정도의 부상에서 회복하는데 최소2-3주의 시간이 소모된다. 이는 부상 자체의 정도보다는 오히려 부상을 당할 당시의 기본 몸 상태가 치료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해서, ‘질병’이 아닌 ‘질병에 걸린 사람’의 상태(불균형)를 개선하는 치료가 사상의학에서는 무엇보다 우선하는데, 이는 바로 치료의 원칙을 세우는데 있어 병이 먼저일까? 사람이 먼저일까? 라는 질문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대답을 던져주는 ‘사상체질의학’의 존재 의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