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치를 결정하는 조건 (1)

가끔 환자분들이 치과에 오셔서 힘든 선택을 하셔야 할때가 있습니다. 치아가 몹시 아파서 오셨는데 과연 이 치아를 신경치료를 해서 살리느냐 아니면 뽑아야 하나 결정하셔야 될때가 있습니다. 별로 힘든 결정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중요하고 힘든 결정입니다. 어떤 치과에 가면 뽑으라고 하고 어떤 치과에 가면 살려서 쓸 수 있을 때까지 쓰시라고 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치과의사의 경험과 판단에 좌우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어떤 경우에 치아를 살리고 어떤 경우에 뽑아야 하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이가 아파서 치과에 오는 대부분의 경우 이미 충치가 많이 진행되서 치아의 신경까지 침범했거나 아니면 잇몸이 많이 상해서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충치던 아니면 잇몸병이던 상당히 많이 진행되지 않으면 아프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충치나 잇몸병이 많이 진행된 치아는 신경치료를 하거나 아니면 발치를 해야 합니다. 요즈음에는 임플랜트가 많이 발달해서 자연치아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지만 자기치아를 치료해서 보존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살릴수만 있다면 최대한 본인의 치아를 살릴 수 있도록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좋습니다. 어떤 환자분들은 어느 치과에 가면 발치만 권한다며 임플란트를 많이 심기위해서 일부러 뽑으려고 한다고 불평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은 자연치를 보존하는 것을 항상 기본으로 생각한다고 말씀 드릴수 있습니다. 또 사실 치아를 살리려고 신경치료를 하고 크라운을 씌우는 치료가 임플란트 치료에 비해서 그렇게 저렴한 편도 아닙니다.

그러면 치아를 살릴 것인지 아니면 뽑을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일까요? 첫번째는 잇몸의 상태입니다. 만일 잇몸이 상해서 치아가 많이 흔들릴 정도로 안 좋은 상태일 경우는 뽑고 임플랜트를 고려하시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이런 치아는 신경치료하고 크라운을 씌운다고 해도 통증이 없어지지도 않고 얼마 못가서 뽑게 될 수 있습니다. 신경치료하고 크라운을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예를 들어 치료를 받고 난 후 5년도 쓰지 못한다면 차라리 그 비용으로 임플란트를 고려하시는 것이 낫습니다. 또한 잇몸이 많이 안좋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치아를 보존하려고 하다가 잇몸이 더 많이 상하게 되면 나중에 임플란트 치료를 할 때 잇몸뼈 부족으로 뼈이식이 필요하게 되는 등 더 복잡한 치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잇몸병의 정도가 심하지 않고 치아의 손상이 없다면 당연히 잇몸수술이나 잇몸치료로 좋은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기적인 치과검진이 이러한 잇몸병의 진행을 예방하는데는 가장 효과적입니다.

두번째는 치아의 충치, 즉 썩은 부위가 치아를 지탱하는 잇몸뼈에 얼마나 가까운가 입니다.
위의 그림을 보면 Root Cavity 라고 표시된 부분에 충치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위에서 부터 썩어서 그 부위까지 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치아가 너무 많이 썩어서 치아를 잡고 있는 잇몸뼈 조직에 가깝게 접근했다는 것입니다. 이경우에 발치하느냐 아니면 신경치료하느냐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힘들게 됩니다. 치아의 충치 부위가 잇몸뼈에 가깝다는 얘기는 그곳까지 깍아서 충치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치료한 치아는 충치를 제거하고 나면 잇몸뼈 위에 남아있는 치아가 별로 없게 됩니다.

치아조직이 너무 조금 남아 있기 때문에 이 치아를 복구해서 크라운을 씌우기가 어려워 집니다. 그러면 crown lengthening이라는 수술로 치아를 잇몸밖으로 더 노출시키거나 뽑고 임플란트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과거에는 잇몸수술을 해서 치아를 노출시키는 방법이 선호되었습니다. 이 방법은 치아주변의 뼈조직을 제거해서 잇몸밖으로 치아를 더 많이 나오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그만큼 잇몸뼈를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치아가 나중에 흔들리거나 뽑아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에 요즈음은 치아의 상태에 따라서 뽑는것이 더 나을수도 있습니다. 그 판단은 남아있는 치아의 뿌리의 길이 또는 주변 잇몸조직의 건강상태에 따라서 담당치과의사분과 충분한 상의 후에 결정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이어서 발치를 결정하는 조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