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화나 판매회사의 불행한 세금 소송 결말

‘이 불행한 이야기는 변호인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을 경고하고 시사한다’라고 시작하는 판결문을 최근에 읽었다. 판결문을 쓰는 판사들은 미국 법원 시스템이 뽑은 최고의 스토리텔러들이다. 판결문을 재해석한 기사들보다도 판결문 자체가 더 재미있다. 2020년 6월 19일자로 나온 이 판결문은 연방항소법원의 콜린스 판사가 쓴 것으로, 한 마리화나 판매회사가 미연방세무청(IRS)이 책정한 세금에 불복하지 않고 이를 법원까지 항소한 사건이었다.

 

‘불행한’ 이야기라며 시작한 판결문은 마리화나 판매회사가 법이 정한 마감일까지 항소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사안을 검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법원의 관할권 (jurisdiction)이 생기지 않았다며 항소를 기각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안에 대해 다투어보지도 못하고 문앞에서 쫓겨난 꼴이다.
법원이나 IRS에 제출하는 서류의 마감일에는 보통 “메일박스 룰 (mailbox rule)”이라는 기준이 적용된다. 날씨 등 기타 사건으로 인해 서류가 마감일까지 배달되지 못해도 봉투에 찍힌 발송날짜가 마감일 전이면 그 날짜로 접수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 메일박스 룰을 적용할 수 있는 우편 배달서비스의 종류가 정해져있다는 데 함정이 있다. 다만 무슨 서비스든 마감일 전에 배달이 완료된다면 상관없다. 허나 마감일 이후에 도착하는 서류들은 언제 발송된 것인지가 중요하게 되는데 이 때 메일박스 룰이 적용되는 서비스들에는 우체국 (U.S. Postal Service), FedEx, DHL, UPS 등이 있다. 다만 FedEx의 경우 FedEx Priority Overnight 와 FedEx Standard Overnight 는 가능하지만 FedEx First Overnight 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마리화나 판매회사 측 변호인들은 로펌 직원에게 항소신청서 발송을 지시했고, 아쉽게도 그 직원이 선택한 우편 배달서비스는 해당 리스트에 없는 FedEx First Overnight 였다. (이 사건 후 이 서비스도 결국 리스트에 포함되었다.) 마감 당일인 4월 22일 오전에 FedEx 배달부가 법원 접수실로 배달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아마도 너무 이른 시간에 배달을 시도한 듯), 따라서 항소신청서는 하루 늦은 4월 23일에 배달된 관계로 마감일 후에 신청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우체국 서비스를 사용했었다면 설사 일주일 뒤에 배달이 되더라도 상관이 없었을 텐데 참으로 아쉬운 점이다. 판결문은 IRS에서도 마리화나 회사측의 항소신청서가 법원에 하루 늦게 배달되었다는 사항을 놓치고 있다가 한창 사건이 진행된 15개월 뒤에서야 이를 발견하고 기각 신청을 냈다는 사실을 꼬집고 있으나 메일박스 룰을 따라 IRS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고 밝힌다.

 

다른 사업체들이 흔히 처리하는 사업경비도 마리화나 판매유통업체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세무감사도 빈번한 편이다. 따라서 소득과 경비 처리에 신중한 법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캘리포니아주 등 여러개 주에서 합법적인 마리화나 사용이 허용되었지만 연방세법은 아직도 마리화나 판매유통을 규제 약물의 불법 거래로 보고 있으며 연방세법 280E조에 의거해 모든 사업경비의 공제를 불허하고 있다. 비싼 변호인들을 고용하여 이를 다투어보고자 했지만 사안에 대한 판결은 커녕 항소신청서 마감일로 싸우다 기각이 된 것이다. 공평하지 않은가? 세금 관련 일은 형식적인 절차가 중요하고, 어겼을 경우 피해는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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