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 “어느 쪽으로 가도 균형과 질서 생기는 게 인생“

“제가 장난치는 걸 엄청 좋아해요. (남편) 약 올리고 놀리고, 초딩 같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정신연령이 남편보다 제가 더 높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촬영하면서 사람들이 제가 더 낮대요. 혹은 둘 다 똑같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배우 겸 작가 구혜선의 결혼 후 첫 행보는 작가로서의 활동이다. 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구혜선의 개인전 ‘다크 옐로우(dark YELLOW)’이 개최된다. 이후 tvN 예능 ‘신혼일기’로 남편 안재현과 함께 시청자들을 찾는다.

4일 전시회에서 만난 구혜선은 “24시간 카메라가 돌아간 예능이라 무방비 상태의 우리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재미있으려고 한 게 아니고 심각하기도 할텐데, 보기에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아무래도 예능이 좀 더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이지만 작가로서의 발자취도 흥미를 끈다. 순수와 공포, 그리고 자유를 주제로 하는 이번 전시회는 구혜선이 발매했던 뉴에이지 작곡 앨범(‘숨1-소품집’과 ‘숨2-십년이 백년이 지난 후에’)의 피아노 악보 및 사운드가 융합됐다. 구혜선은 2009년 개인전 ‘탱고’를 시작으로 2010년 단체전 디자인 코리아 ‘한남’ 프로젝트, 2012년 개인전 ‘잔상’, 2012년 단체전 아시아 컨템포러리, 2013년 개인전 홍콩 컨템포러리 ‘두 도시 이야기’, 2013년 개인전 ‘잔상’ 상해 문화원, 기획전 청주 공예비엔날레 ‘BUTTER FLY EFFECT’, 개인전 홍콩 GALLERY BY THE HARBOUR 등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본인을 “초딩 같다”고 한 그이지만 ‘삼각형’을 중심으로 한 이번 그의 작품 세계는 심오한 듯 보인다. 구혜선은 “삼각형이 가장 적은 선으로 만들 수 있는 도형인데 어느 쪽으로 치우친다고 해도 결국 무게와 질서가 이뤄진다. 잘못 선을 그어도 어떤 균형이 생기는데 인생에 대해서도 결국 인생은 어느 쪽으로 가도 균형과 질서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반영됐다”고 몰입했다. 진지한 듯했지만 이내 “깊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일을 할 때는 단순한 마음, 순수한 마음으로 작업하는 게 많다”며 “아이 같은 마음으로 작업한 뒤 다 끝나고 나면 성숙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라고 웃었다.

“결혼했다고 해서 성격이 변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그는 생각은 일정 부분 변했다고 인정했다. “창작물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무기력감도 생기고, ‘다른 작업을 더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지금도 ‘이걸 해야 하나’ 의문도 있긴 해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도 있고요. 그래도 지금은 유머가 는 것 같아요. ‘셀프디스’라고 할까요? 그게 속 편해요. 남들은 제가 안 되는 게 많으니 말하는 걸 조심스러워하는데 내가 나를 까니 편해지는 것 같아요.(웃음)”

최근 연기자로서 부진한 것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너무 나를 표현하는데 집중한 것 같다. 작품 속 다른 인물을 표현하기보다 구혜선을 표현하는 게 강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한다”고 짚었다.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으나 최근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배우 서현진 이야기를 꺼내자 반색했다. 구혜선과 서현진은 감독과 배우로 호흡을 맞췄고, 오랜 절친이기도 하다. 구혜선은 “서현진은 연기자로서 경쟁의 상대가 아니라 온전한 내 배우”라며 “사실 내가 먼저 발견한 배우라고 할 수 있다(웃음). 어제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언젠간 내가 부르면 해야 해’하는 배우다. 물론 약속 같은 건 안 한다. 그냥 통보할 뿐”이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줬다.

불과 몇 년 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은 인상이다. 고민도 생기고 꿈도 생겼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그 꿈 때문에 공포스럽다. “꿈이 생겨 두렵다”는 이유를 궁금해하자 그는 진지해졌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는 게 무섭죠. 환경이 달라지고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도 무섭고요. 경쟁이 되면 결과물이 중요하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 하고자 하는 게 생기는 게 두려워지는 순간이 생기는 것 같아요. 평가받아야 하고요. 물론 평가받고 경쟁 구도가 되지 않으면 보여줄 게 없는 게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결혼해서 달라진 것이기도 한가라는 물음에 그는 “달라져서 결혼을 하게 됐다”고 바로잡았다. 구혜선은 남편에 대해 “같이 살 사람, 놀 사람, 어른이 죽어도 안 될 것 같은 사람, 내가 온전히 아이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행복해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과거 내가 한 일들이 하나라도 잘됐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전에는 ‘잘됐으면 좋겠다. 돈 벌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런 것들은 하나의 점일 뿐이더라. 지금은 비우는 과정에 있다”고 미소 지었다.

결혼 이후 연기 활동은 아직이다. 결혼이 연기자로서 활동에 영향을 미칠까. 그는 “아직은 활동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그 상황이 되어야 실감할 것 같다”며 “대중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