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프라이쯤이야

미국에 이민오면 주위에서 권유하는 많은 비지니스들이 있다. 세탁소, 식당, 컨스트럭션, 주유소, 델리 등등. 그런데 유독 Breakfast 식당은 별로 권하지 않는 편이다. 아침 일찍 열고 오후에 일찍 닫는 직종으로 개인의 사생활도 많이 보장되는 직종인데, 권하지 않아서 나도 의아해 했다. 아는 지인이 말하길 “계란 부치기가 복잡해서, 우리 한국사람들에게는 어려워요” 미국에서는 아침식사로 계란을 주문하면 어떤 형태인지를 요구한다. 스크램블, 써니싸이드업, 오버 이지, 오버 미디움, 웰, 포치, 소프트보일드, 하프보일, 하드보일 등등. 한마디로 계란 프라이 쯤이야 했다가는 코를 다칠수가 있다.

제지업계에 있던 관계로 종이에 석사과정까지 이수한 나에게는 ‘종이 쯤이야’하는 말에 미소를 짓게 한다. 신문을 보면 손이 까매지고, 며칠 뒤에는 종이색이 누렇게 변해서 불평을 하는 사람들에게 신문종이의 과학을 설명한다. 손이 까매지는 이유는 오일잉크(물에 녹지 않는 잉크)를 쓰기 때문이다. 오일잉크는 아무리 인쇄가 잘 되어도, 손에 묻어난다. 수용잉크(물에 녹는 잉크)를 쓰면 손에 묻어나지 않고 인쇄도 잘되는데도 신문 인쇄소에서는 안쓰는 편이다. 그 이유는 재활용 때문이다. 수용잉크를 쓰면 신문지를 재활용할 수가 없다.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수용잉크가 종이에 번져서 하얀 종이를 만들수가 없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조금 불편해도 물과 분리가 쉬운 오일잉크를 사용한다. 신문이 몇일 지나면 색이 누렇게 변하는 이유는 종이에 불순물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쓰는 일반 노트 종이는 오랫동안 보존이 필요하므로, 원자재에서 불순물은 거의 완벽히 제거한다.

그런데 신문은 하루용, 즉 24시간용, 이므로 돈이 많이 드는 불순물 제거과정을 실행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그렇게 신문에 남겨진 불순물들이 시간과 산소의 화학작용으로 색을 누렇게 만드는 것이다. 우스운 것은, 초등학교 학생들 노트 종이를 만들때 들어가는 모든 첨가제는 식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 어린 학생들이 노트를 먹는 경우가 있어서 모든 약품, 첨가제들은 FDA 허가 기준이어야 한다. “종이 쯤이야” 하다가는 코를 다칠 수 있다.

부동산에도 의외로 “복덕방 쯤이야”하는 사람들이 많다. 계란을 그냥 기름에 부치기만하고, 종이는 펄프를 망에 건져서 말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단순한 오해인 것이다. 그냥 계란부침을 대하던 사람들은 8가지가 넘는 계란의 요리방법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의 고정관념은 자신의 경험의 한계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사람들의 부동산에 대한 개념이 “그쯤이야”로 굳어진 이유는 제한적 경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머지 7가지의 다양한 방법을 경험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오늘도 계란을 아침에 먹으려 하는데 주위에서 “내 동생이 계란부칠줄 아는데 연락해봐”. 오늘도 주택을 사고 팔려는데 주위에서 “내 동생이 부동산 라이센스 있는데 연락해봐” 그런데 알고보니, 그 동생은 찜질방에 일하면서 계란을 구우는 방법만 아는 사람이었다나… 뭐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