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S에 Tax Lien을 철회해달라고 따로 신청해야

건장한 백인 남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공사장에서 일하다 막 장갑을 벋은 듯 손가락 사이에 흙이 아직 묻어있었다. 아무래도 낯이 익어 고개를 갸우뚱하며 서로 웃고 있는 사이, 남자가 먼저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나냐고 물어왔다. 몇 년 전에 사무실에서 상담을 하고 갔었다고. 직원이 찾아온 자료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 당시 연방세무청에서 받았던 상당한 금액의 체납 통지서 복사본과 내 필기체로 흘려쓴 생각과 추진 방향이 담긴 상담 노트가 있었다. 그리고는 연락이 뚝 끊어진 지 몇 년이 흐른거다.
그 몇 년의 시간 동안 이 남자가 취한 행동에는 몇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변호사를 고용하기엔 수임료가 부담되고 밀린 세금을 다 낼 형편은 안되니 조금씩이라도 세금을 갚아왔던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세무청에서 징수활동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핑게로 돈 버는 것에만 안주하고 밀린 세금 문제는 애써 잊어버리려고 노력해왔던지, 혹은 세무청에서 연락을 받았거나 살떨리는 택스 린 (tax lien) 통지서를 우체국에서 픽업한 후 불안한 마음에 오밤중에 벌떡 일어나는 횟수가 잦아졌든지. 어느 쪽일까 머리 속으로 시나리오를 굴리는 나에게 남자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내가 미처 상상치 못한 것이었다.

 

밀린 세금도 세금이지만, 우선 이번 해의 세금상황부터 바로잡고 거꾸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몇 년 전 나의 조언에 꽂혀 지난해와 올해의 세금을 예치세부터 꼬박꼬박 내고 마감일 전에 세금보고를 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준비해서 지난 2년치 만은 깨끗하게 다 냈다는 것이었다. 그런 후 밀린 세금을 해결하기 위해 수임료를 모아오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바쁜 상황에서도 남자가 자주 찾아뵙고 집 안팎으로 자질구레한 수리일이나 관공서 일처리를 도와드리던 친한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는 일이 발생했는데, 얼마 전 그 할머니의 유산 및 상속일을 처리하는 변호사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 남자에게 3백만불 짜리 저택을 물려주고 가신 것이었다. 모기지도 싹 갚은 집이었다고. 남자는 그 저택에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 바로 집을 시장에 내놓았고 한 건축개발업자가 금방 계약하자고 해서 클로징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세무청에 연락해서 내야 할 돈을 모두 정확하게 계산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제 수임료를 계산할 형편이 됐다면서.

 

세금 문제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과 조우하는 일을 하지만, 이렇게 홀가분하게 들어와 인생의 복권당첨 같이 일어난 엄청난 일을 담담히 얘기하는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 수 년간을 세금 문제로 고민해오고 무거운 짐을 진 듯한 어깨로 생활했어야 했던 그 남자는, 이제 삶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처럼 받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도 잠깐, Tax Lien이 걸려있는 최신 금액을 알아내기 위한 위임장 등을 준비하고, Tax Lien이 풀어지고 난 후 대처해야 하는 방법들을 설명했다.
택스 린 (Tax Lien)의 해제 (Release)와 철회 (Withdrawal)는 효과와 요청방법이 다르다. Lien이 걸린 금액을 완납하면 Lien이 해제되고 집행 효과가 없어진다. 반면 린의 철회는 아예 처음부터 Lien이 걸리지 않았던 것처럼 Lien 정보가 신용정보 기관에서 사라진다. 밀린 세금액이 $25,000 이하이고 은행계좌에서 자동납부되도록 셋업했다면 밀린 세금을 완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Lien Withdrawal을 신청해볼 수 있다고 남자에게 알려주었다. 마무리 작업까지 다 맡아달라고 하며 다시 장갑을 끼고 나서던 고객을 보낸 후, 돌아와 앉은 내 책상이 새삼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진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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