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파는 여인의 관점

아프리카에 파견되었던 미국 친구가 추수감사절을 맞아서 현지 친구들에게 호박파이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추석에 송편을 먹는 우리의 관습처럼,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호박파이를 즐기기 때문이었다. 시장에서 좌판에 미국호박을 4개 놓고 파는 여인을 발견했다. 초대된 친구들이 많은 관계로 호박이 4개는 있어야 해서 전부 사겠다고 했는데, 여인은 2개만 판다고 했다. 다른 곳을 둘러봐도 호박은 이 여인만이 판매했다. 그래서 다시 흥정을 시작했다. “돈을 2배 줄게, 다 팔어요” “안되요. 2개만 팝니다”…
가격을 3배로 올려도 여인은 2개만 판다고 했다. 결국 참다 못한 친구가 “2개만 파는 이유가 뭡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여인은 “지금 농사기간이 끝나고 있어서 다시 호박씨를 심어야 해요. 그래서 2개는 씨를 빼서 심어야 해요” 이유를 알고나니 이는 참으로 쉬운 문제였다. 친구는 “잘 됐군요. 나는 호박씨는 필요가 없으니, 4개의 씨앗을 모두 가져가세요.” 그리고 씨앗을 뺀 호박 4개를 구입했다.

 

강직한(?) 셀러를 위해서 일할때 일이었다. 셀러는 깔끔하게 팔고 다른 주로 은퇴하기로 계획했는데, 집은 오퍼가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에이전트와 6개월간의 리스팅을 끝내고 결국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다행히 2주만에 첫 오퍼가 들어왔는데, Job Relocation이었다. 바이어가 뉴저지에서 이곳으로 직장을 옮기는 관계로 이사를 하는 것이었다. 계약이 진행되던 중에 문제가 생겼다. 바이어의 융자은행이 융자를 마지막 승인하기전에 새 직장에서 한달치 봉급 내역서가 있어야 한다고 융자승인을 미루고 있었다. 바이어는 새 직장에서 근무를 해야하기에 호텔이라도 한달 들어가야하고, 그래야만 융자가 승인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바이어는 셀러에게 클로징을 45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셀러는 바이어가 장난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해서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강직한 셀러의 통보에, 흥분한 바이어도 해약을 통보했다. 즉, 셀러의 협상방식이 계약파기를 야기한 것이다. 차선책이 없어진 셀러는 바이어의 의외의 행동에 당황했고, 내가 셀러에게 절충방법을 제시했다. “어짜피 바이어는 호텔에서 45일 있을 것이니, 사려는 주택에 미리 입주해서 호텔비만큼 렌트비를 셀러에게 지불하는 방법이 어떨까요?” 결국 바이어도 셀러도 만족한 모습으로 45일후에 셀틀먼트를 했다.

 

인간은 참으로 단순하고 이기적이어서, 자신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려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상대를 책망하기도 한다. 내 친구가 시장의 여인에게 호박이 4개 필요한 이유를 몇시간씩 설명했어도, 상대의 입장을 들어보지 않았다면 해결책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친구는 이 여인을 비지니스의 기본도 이해 못하는 무식한 장사치로 책망했을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 친구가 상대의 눈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를 했고, 이는 오히려 자신의 모습이 어리석었음을 깨우쳐 주었다.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너무나 잘 안다. 나는 좋은 부동산 에이전트의 임무, 역활, 책임들을 잘 안다. 이 토픽을 몇시간씩 설명할 수도 있고, 책으로도 쓸 수도 있다. 그런데 호박장사 여인의 경우처럼, 비지니스는 상대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한쪽에서 흥분해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도 상대의 입장을 모르면 거울보고 떠드는 것보다 못하다.

 

문득, 매주 칼럼은 열심히 쓰고 있지만 과연 나는 얼마나 독자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계속 거울만 보고 떠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연 듣고 있는 상대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편한 마음으로 주택 매매, 융자, 자산관리 전반에 대화의 장을 생각중이다. 호박이 4개 필요한 이유는 몇년째 떠들었으니, 이번에는 여인의 이야기를 귀기울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