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금, 은행 대여금고: 과연 FBAR에서 자유로운가?

영화 <월 스트리트의 늑대>(원제: The Wolf of Wall Street)는 정말 볼만한 영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한 실존 인물 조던 벨포트 (Jordan Belfort)는 타고난 말빨과 영업 재주를 이용해 쓰레기나 다름없는 소액증권을 거액의 커미션을 받으며 팔아치우고, 주식 초짜인 오합지졸 친구들을 교육시켜 번듯한 회사를 세우는가 하면, 주가 조작을 이용해 엄청난 부를 거머쥔다. 그러나 개인 요트, 헬리콥터, 스포츠카 등의 화려한 생활과 그의 갑작스런 성장세를 주시하던 한 FBI요원의 수사 타겟이 되면서, 결국엔 네바다 교도소에 약 2년간 징역형도 살았다. 하지만 그는 화려한 화술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아 출소 후에도 동기부여 강연과 저술 활동으로 지금까지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이 영화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가 조작으로 챙겨놨던 돈을 숨기기 위해 스위스 은행을 찾아가는 장면이다. 그 때 찾아간 은행이 Union Bancaire Privee (UBP)이다. VIP 고객들을 상대하는 스위스 은행의 PB (Private Banker)와 마주앉은 레오나르도가 물어본다. Bank Secrecy Act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어떠한 방법으로 돈을 보관해야 미국 정부의 추적과 해외금융계좌신고 의무를 피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장면이다. 이에 스위스 PB는 미국에 존재하지 않는 구조의 차명계좌, 즉 고객 추적이 불가능한 계좌에 현금을 보관하여 고객과의 연결고리를 완벽히 숨길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실제로 이 스위스 은행 (UBP)에서 일하던 200여 명의 Private Banker들이 고객들의 해외금융계좌신고 (FBAR)를 피하는 방법으로 골드바 (gold bars)를 구입하거나 현금을 1만 달러 이하로 분산 예치하고 보관하는 방법을 권유하여 미국인들의 탈세를 조장했다. 또 파나마, 리히텐슈타인, 버진아일랜드 등에 유령회사를 설립하여 회사 명의로 자금을 우회하도록 도왔다. 아직도 한국을 비롯한 해외의 은행 창구직원들이나 PB들이 어설프게 이 방법을 따라하고 있다. 2016년 1월, 이 스위스 은행 (UBP)은 미 법무부가 형사 기소를 하지 않는 대가로 약 $188 Million (1억 8천8백만불)이라는 막대한 벌금을 내기로 합의한 바 있다.

 

 

대부분 의뢰인들은 이렇게 묻는다. 해외 금고(Vault)나 은행대여금고 (Safety Deposit Box)에 보관하고 있는 현물, 즉 현금, 금, 보석 등의 자산에 대해서는 FBAR신고 의무가 없는 것 아니냐고. 해외 은행대여금고는 일반 금융계좌가 아니지 않냐고. 맞는 말이다. IRS 웹사이트의 자주 묻는 질문 (FAQ) 및 Internal Revenue Manual에도 그렇게 나와있다.

 

 

그러나 이 법에도 예외 조항이 있다. 고객에게 위탁받아 해외 은행 및 기관에서 보관해주는 대여금고가 어떤 식으로라도 일반 금융계좌와 ‘연결 (connect)’되어 있거나, 위탁받은 은행이나 기관에서 보관 중인 현물에 어떠한 ‘접근성 (access)’을 띈다면, 은행 대여금고 자체도 FBAR 신고가 필요한 금융계좌 (financial account)로 분류될 수 있다는 조항이 붙어있다.
해외 골드바 및 현금 보유와 관련해 전문 블로거들이 올리는 세금관련 컬럼과 의견들도 2014년 중반 이전과 이후로 갈라진다. 같은 법을 놓고도 2014년 중반 이전에는 해외에 직접 현물로 보유하는 자산은 신고용 금융계좌가 아니라고 심플하게 해석했다면, 2014년 중반 이후로는 그 법의 범위를 더 넓게 포괄적으로 보는 편이다. 인터넷에서 어떤 시기의 글을 읽느냐에 따라 주장과 해석이 다를 수 있다. 반이 채워진 물컵을 두고 half empty와 half full을 논하듯, 어떤 이는 보고할 것이고 어떤 이는 무시할 것이다.

 

 

그러나 IRM 예외 조항에 분명히 나와있듯이, 보관하고 있는 현물에 해외 은행이나 위탁 기관이 접근할 수 있고, 고객과 위탁 기관 사이의 사전 합의나 지침을 통해 현물의 일부를 팔 수 있도록 허가한 조항이 있다면, 해외 금고 자체도 FBAR 신고법에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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