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을 디디고 잘 넘어진다면

노인인구의 1/3 이상이 일년에 최소 한번 이상은 넘어지며, 이중 40% 이상이 골절상을 당한다. 골절상을 입은 환자의 절반은 여생동안 남의 도움없이 걸을 수 없게 되며, 노년층 사망의 20% 이상이 바로 넘어져서 생기는 부상과 관련해서 발생한다. 이렇게 낙상사고가 우리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는 사고이며, 한번 사고가 나면 매우 치명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전에 대비를 하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잘 안 넘어질 수 있을까?

 

잘 넘어지는 것은 균형감각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그럼 내몸의 균형감각은 어느 정도인가? 쉽게 시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은 한발로 얼마나 오래 설 수 있느냐를 재보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해서 10초 이상 설 수 있다면, 눈을 감고 10초 이상 설수 있는지 시험해봐야 한다. 눈을 뜨면 시각 정보가 뇌로 입력되기 때문에 균형을 잡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눈을 감으면 이 정보가 없어지고 근육에서 오는 정보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균형을 잡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마치 갑작스럽게 넘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균형을 잡는 것과 유사하고 이는 순전히 자신의 근육과 신경 상태에 의한 것이다.
넘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 자기수용감각(proprioception)이 무엇인지 알아야한다. 자기수용감각은 공간내에서 자기 신체의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감각이다. 이러한 감각은 우리 몸의 근육, 관절, 인대에 분포해 있으며 척추신경을 통해서 뇌로 전달되고 우리 몸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코를 만지거나 발가락을 만질 수 있다. 신경상태가 정상이라면 아무런 문제없이 이를 수행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자기수용감각에 의해서 눈을 감고도 신체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수용감각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이러한 동작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진다. 계단에서 내려올 때 꼭 발 위치를 봐야하거나 난간을 잡아야 하는 경우, 평소에 자기 다리에 걸려서 넘어지는 경우 등이 모두 자기수용감각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자기수용감각의 문제는 뇌와 근육의 기능저하에서 시작한다. 뇌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지금 순간에도 수백, 수천가지의 일을 한꺼번에 수행한다. 뇌의 기능이 떨어지면 자기수용감각 기능도 영향을 받게 된다. 술에 취한 사람은 똑바로 걷지 못하고 갈지 자로 휘청거리며 걷게 된다. 알코올 성분이 뇌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서 자기수용감각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음주운전 측정 검사로 우리 몸의 자기수용감각기능을 측정하여 운전을 할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수용감각 문제는 뇌뿐만이 아니라 근육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근육이 약해지거나 긴장하게 되면 신경에 간섭을 일으킨다. 그 결과 근육에서 뇌로 연결되는 신경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므로 균형감각이 떨어지게 된다. 척추나 다른 관절이 틀어진 경우 근육이 만성으로 긴장하게 되고, 운동부족으로 근육이 약해지면 잘 넘어지게 된다. 건강을 지켜주는 척추와 근육. 왜 평소에 관리를 잘 해야하는지 그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