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세와 미국의 월세의 투자적 견해

예전에 시집살이가 심하던 시절에 며느리의 커다란 책무중에 하나는 아궁이에 불씨를 꺼트리지 않는 것이었다. 아궁이에 불씨가 늘 살아 있도록 하여서 요리는 물론 방안을 덮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실수나 불찰로 헹여 불씨를 꺼트리면, 시어머니의 꾸지람은 당연한 일 이었다. 현명한 며느리는 불씨를 꺼트리지 않을뿐 아니라, 언제 어떻게 화력을 올리고 내리는지를 조절할 줄 알았다.
가끔 사람들이 투자에 대한 자문을 구한다. 그러면 나는 우리나라의 현명한 며느리를 생각하게 된다. 돈은 불씨와도 같은 것이다. 노력 끝에 차곡차곡 모아서 마련한 목돈을, 즉 장작들을 한 번에 다 때우기 보다는 꾸준히 조금씩 더 큰 불로 번지게 해야한다. 현명한 며느리는 어느 나무가 빨리 타고, 어느 나무가 천천히 타는지를 알고, 그 정보를 활용해서 요리와 난방을 다 해결하고도 다른 일들을 위해서 불씨를 살려 놓는다. 현명한 금융컨설턴트는 작은 목돈을 위험과 보장의 노하우로 적절한 투자를 통해서 고객의 편안한 노후를 준비하게 한다.

 

 

목돈이 생기면 어떻게 관리하여서 증식시키는가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세인들의 최대관심사이다. 조선시대 상인을 소재로한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서는 주인공이 인삼에 투자를 한다. 그 인삼을 중국에 수출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땅을 사서 부를 유지한다. 펄벅의 소설 ‘대지’에서는 가난한 소작농 왕룽의 아내가 혼란중에 갑부의 집에서 보석을 훔쳐서 그 작은 불씨로 땅을 산다. 그리고 불씨를 더 크게 퍼트려서 결국 대지주가 된다. 이렇듯 목돈, 자본,은 불처럼 계속 지펴야 더 크게 퍼지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전세대란이라고 뉴스에서 보도되곤 한다. 그런데 전세라는 금융시스템은 참으로 불씨를 퍼트리기에 난감한 방식이다. 미국의 금융전문가 친구들에게 한국의 전세시스템을 설명하면서, 그들은 물론, 내용을 설명하는 나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느꼈다. 전세는 단순히 표현하면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주택 전당포’와 같다. 물론 전당포처럼 빌린 돈에 대한 이자를 낼 필요는 없지만 원금은 꼭 지불해야한다. 그리고 전세돈은 돈을 빌린(?) 집주인이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이익이 될수도 있고, 손실이 될수도 있다. 이 돈을 투자에 실패해서 손실이 나면, 결국 집주인은 손실난 액수를 채워서 전세돈을 돌려줘야한다. 전세를 통해서 집주인이 얻을수 있는 자산증식은 주택값 상승과 전세돈의 투자를 통한 이윤이다. 그러나 투자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목돈을 관리해서 큰 돈을 번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그 목돈을 은행에 단순 투자하면 이자율이 인프레이션보다 낮다. 즉, 돈의 가치를 상실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반전세라는 퓨전방식(?)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일부는 전세로, 모자라는 부분은 월세로 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국제화가 너무나도 당연한 시대에, 주택투자를 국제적인 다양한 방법으로 모색할수 있다. 많은 한인들이 재력가가 되면 한국에 땅을 사고 주택을 사듯이, 이제는 오히려 한국의 한인들이 미국에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생각된다. 미국의 주택구입은 주택값 상승은 물론 월세를 통한 수입보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세와는 달리, 미국은 월세로 집을 빌린다. 그리고 그 월세는 전세와 달리 원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논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원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렌트를 주는 것이 집주인에게는 유리한 것이다. 또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불안하지 않은 미국에 주택을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더구나 요즘은 미국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고, 외국의 투자자들을 위해서 외국인 주택구입융자를 제공해주는 은행들도 많이 생겼다.
현명한 며느리는 아궁이에 불씨를 살리고, 요리하고, 방을 뎁히고, 또 내일을 미리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