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세 중년 남성이 갑자기 생긴 두통으로 필자를 찾아왔다. 환자는 과거 별다른 질환이 없이 매우 건강한 편이였으며 이와 같은 두통을 전에는 전혀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하였다. 뇌동맥류 (cerebral aneurysm) 출혈이나 뇌출혈 (cerebral hemorrhage) 및 뇌경색 (cerebral infarct) 등 흔히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급성 이차성 두통을 감별하기 위하여 긴급히 뇌촬영을 의뢰하여 이를 배제할 수 있었다.
환자의 두통은 왼쪽 옆머리에서 심장이 뛰는 것과 같이 박동성으로 나타났으며, 보통은 두통과 함께 왼쪽 눈의 결막이 충혈되며 눈물이 흐른다고 하였다. 두통은 특징적으로 매우 짧게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수 초 안에 통증이 절정에 도달하였다. 두통과 함께 때로는 무언가가 속에서 찌르는 느낌도 생기며, 눈 주위에 뜨거운 감각도 함께 느낀다고 하였다. 두통은 주로 낮에 발생하며 약 5초내지 길게는 3-4분 지속될 때도 있다고 한다. 최근들어 두통이 매우 자주 발생하여 시간당 수 차례 통증 발작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빈번히 발생하는 강한 두통으로 환자는 직장생활에 지장을 초래하여 최근 들어 결근하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하였다.
환자의 두통은 ‘SUNCT (Short-lasting, Unilateral, Neuralgiform headache attacks with Conjunctival injection and Tearing)’ 라는 매우 드문 형태의 두통 증후군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말로는 ‘결막 충혈 및 눈물을 동반한 단기 지속성 편측 신경통형 두통 발작’이라는 긴 이름의 두통 증후군이다. 필자를 찾아온 위 환자의 두통의 경우 특히 정확한 진단이 매우 중요한데, 그 이유는 바로 이러한 특이 형태의 두통 증후군에 특효한 치료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본 환자의 경우도 곧바로 치료를 받기 시작하여 극적인 두통의 호전을 보였으며 치료후 곧바로 일상 생활에 복귀, 정상적인 직장 생활을 다시 수행할 수 있었다.
SUNCT 라는 두통증후군은 1978년 스칸디나비아 편두통 학회지(Proceedings of the Scandinavian Migraine Society)에 최초로 보고된 이래,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세계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연구에 의하면 두개내 가장 깊은 구조물 중의 하나인 뇌간(brain stem)의 비정상적인 활동으로 SUNCT의 두통 발작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2008년 ‘두통(Headache)’ 이라는 유명한 저널에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한쪽의 ‘부비동염(parasinusitis)’를 않고 있는 환자에서 SUNCT 두통 발작이 일어난다는 보고를 하기도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