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이 있는데 MRI 찍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2편

지난 번에 척추관 협착증으로 자기공명 영상촬영 (MRI)를 찍고 나서 주사 치료를 받았던 M씨의 이야기를 했었고, 반면에 증상은 비슷했지만 고관절의 관절염 증상이 있어서 물리치료를 처방하고 자기공명 영상촬영을 뒤로 미루었던 M씨의 사모님 이야기를 했었다. 사람에 따라, 증상에 따라, 진단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바로 MRI를 찍어야 하고 어느 경우에는 미룰 수 있는지 판단이 달라진다.

 

 

어쨌거나 이 두가지 질환의 이야기를 꺼낸김에 어떤 경우에 MRI를 찍어야 할까 생각해본다. 일단은 진찰로 진단이 잘 되지 않아서 확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찍는 경우가 있다. 다행히 이런 경우는 많지는 않지만 의사도 신이 아닌 이상 이런 경우는 어쩔 수 없이 검사를 한다. 혹은 진단은 거의 확실하더라도 얼마나 심한지 직접 확인할 목적으로 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통증성 질환은 통증의 정도와 질환의 경중도는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은 환자의 증상 위주로 치료를 하게 되는데 간혹 얼마나 심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다. 또 수술이나 주사를 할 목적으로 자기공명 영상촬영을 하기도 한다. 수술을 하려면 수술할 부위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파악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주사를 놓는 것도 필자와 같이 질병의 치료목적으로 정확한 부위에 약이 들어가야 하는 주사를 놓는다면 MRI가 꼭 필요하다.

 

 

그럼 어떤 경우에 MRI를 미뤄도 될까? 일단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미뤄도 될 것이다. 그렇다고 증상이 심하면 찍고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필요없다는 이분법은 곤란하다. 의사는 항상 환자의 증상과 진찰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서 심한 경우보다 검사가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 필자를 방문하는 환자들도 무릎이 살짝 아프다거나 허리가 약간 아프다는 정도면 필자가 검사를 굳이 하자고 하지 않는 것을 아실 것이다. 그리고 병력 청취와 진찰로 진단이 거의 확실하면 굳이 MRI를 찍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가 보는 질환중에 대표적인 것이 테니스 엘보와 같은 병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때로는 MRI보다도 다른 치료를 먼저 해봄으로서 MRI를 정말 찍는 것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다시 M씨의 사모님의 경우는 어땠을까? 일단 진단이 거의 확실했다. 그리고 통증의 정도도 그리 심하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다른 치료를 먼저 해보면서 반응을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었다. 그래서 검사를 하지 않았는데 결론적으로는 필자의 판단이 맞았다. 이 분이 한 달 후에 필자를 방문해서는 병이 싹 나았다고 좋아하셨다. 불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음으로서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막는 것은 또 하나의 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