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 남녀 성별 차이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이유의 90%가 통증 때문이라고 하니 통증이 좋던 싫던 사실 얼마나 중요한 우리 삶의 한 부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가끔 환자들에게 받는 질문이 이런 것이다. 자신이 이러저러 해서 여기 저기가 아픈데 이렇게 아픈 사람이 또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무릎 관절염이나 요통과 같이 비교적 흔한 증상을 가진 사람은 이런 질문이 없지만 조금 드문 증상이나 매우 심한 증상은 가진 사람은 자신만이 이런 통증을 가진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상은 통증 의학 전문의인 필자 입장에서는 거의 매일 보는 질환일 수도 있고 일 년에 한 두번 보는 비교적 드문 질환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진단법과 치료법이 확립된 질환이라서 “저처럼 이렇게 아픈 사람이 또 있나요” 라는 대답은 거의 항상 ‘네’ 라는 것이다.

 

이런 통증성 질환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그래도 젊은 사람에 더 흔한 병도 있고 나이든 사람에 더 많은 병도 있으며 남녀 성별에 따라서 차이가 있기도 하다. 오늘은 어떤 병이 남녀 성별에 따라 빈도가 차이가 있는지 잠깐 살펴 보려고 한다.
여성에 많은 통증성 질환의 대표적인 것은 두통이다. 두통 중에서는 만성 긴장성 두통과 전구증상을 동반한 편두통의 경우가 그렇고 대신 전구 증상이 없는 일반적인 편두통은 오히려 남성에 많다. 또한 노인층에서 갑작스런 두통과 함께 어깨와 허벅지가 쑤시는 증상을 초래하는 류마티스성 다발성 근육통의 경우 여성에 더 많다. 류마티스성 다발성 근육통의 경우는 측두 동맥염이라는 혈관염을 동반할 수 있는데 심한 경우는 눈으로 가는 미세 혈관에 염증으로 혈관이 막혀서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조기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또 여성에 많은 통증 질환에는 빠질 수 없는 섬유근통이 있는데 이는 이유없이 몸의 여기저기가 아프기 시작해서 무기력과 우울이 오는 무서운 병이다. 현재 증상을 개선하는 약이 몇 가지 나와 있으므로 신중한 투약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류마티스 관절염과 엉덩이의 통증과 좌골신경통을 일으키는 이상근 증후군도 여성에 많다.
남성에 더 많은 것은 두통을 제외하면 대표적인 것이 대상포진 후에 오는 포진후 신경통(늑간 신경통 등)인데 치료가 매우 어렵고 통증이 극심한 대표적인 고질병이다.
이렇듯 남성과 여성에 많은 통증성 질환의 종류가 따로 있다보니 같은 증상이라도 성별에 따라 더 신경써서 진료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에 독자 여러분들이 통증성 질환이 생기게 되면 이런 병이 나에게 더 가능성이 있구나 하고 짐작하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