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어느덧 무술년 한 해가 저물어 가며 기해년 ‘노란 돼지의 해’를 손짓하고 있다. 한 해를 떠나보내는 이맘때면 항상 후회만 가득하다. 우리를 찾아왔던 수많은 사람에게 일일이 따뜻한 마음을 건네줄 수 없었던 일이 가장 아프게 다가온다. 특히 생활고를 겪고 있는 몇몇 한인 가정에 도움을 줄 수 없었던 일은 아마 죽을 때까지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매김하게 될 것 같다. 지나고 보면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어렵게 찾아와 하소연하는 그들의 속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식과의 갈등으로 “어디 가서 할 수 있는 말도 아닙니다. 어찌했으면 좋을까요?”라고 물으며 눈물 쏟던 노인의 그 말이 지금도 귓가에 남아있다. 정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노인은 이미 몸은 병으로 가득하건만 보험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며 “독감 예방 주사라도 맞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하였다.

남의 가게에서 궂은일을 한다던 아들은 “생각하면 너무 비참해요.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집사람은 몸이 아파 힘든 일은 할 수 없고 아이들은 커가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라며 “어머니가 보험만 되어도 살 것 같은데, 의료 보험이 너무 비싸다 보니 그럴 수도 없고,”라며 허공을 쳐다보던 아들, 당뇨약을 구할 수 없어 한 달 동안 약을 먹지 못해 결국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사람은 한인의 후원으로 이제 다른 한쪽 눈의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늘내려준 은총이었다. “그때는 ‘이러다 죽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는 방법이 찾아와 주어 정말 감사하다.”라고 하였다. 어떤 학생비자의 신분으로 사는 사람은 “살기가 너무 힘듭니다. 방세 주고 차 보험료 내고 이것저것 내고 나면 정말 한 푼의 여유도 없어요.”라며 괴로워하였다.

그는 불체자는 아니라도 학생 신분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방 월세를 사는데 “밥은 못 해 먹어요. 그래서 일일이 사다 먹으려니 그것도 어렵네요.”라고 하였다.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그들은 유일한 희망을 안고 우리를 찾아온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작은 희망 한 조각도 해결해 줄 수 없었던 우리. 그것이 가장 가슴 아프게 마음을 미어지게 만든다. 남편과 이혼하고 어린아이들과 생활하는 젊은 엄마들, 일은 해야 하는데 아이를 맡겨둘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아픈 아내와 아이 셋을 둔 가장은 “그렇다고 아픈 아내에게 듣기 싫은 말도 할 수 없어요.”라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땐 내가 아파도 아프다는 말도 할 수 없고 피곤해도 피곤하다는 말도 할 수 없어요.”라며 희미한 미소를 흘리던 그의 삶의 견딜 수 있고 이겨낼 수 있겠지만, 매일 겪어야 하는 고달픔은 고통이었다.

언젠간 우리에게도 웃을 날이 있겠지! 라며 마음을 다독이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르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그들은 왜 우리를 찾는 것일까? 우리에게 특별한 재주도 없건만, 그래도 자신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에 힘들게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아픔과 고통을 안고 찾는 그리고 수많은 사연을 안고 찾아든 그들에게 희망을 안겨 줄 수 있었음은 따뜻한 마음과 관심 그리고 사랑으로 그들과 함께 해 주신 한인의 후원이 있었기에 정말 어렵게 사는 우리의 이웃에게 사랑을 전달할 수 있었다.

작고 큰일은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그들은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처진 손을 들어 올려주면 될 뿐이다. 우리가 건네는 손은 작지만, 우리의 작은 손을 잡는 그들에게 있어 그 손은 작은 손이 아니었다. 작은 손은 그들에게 희망이 되고 용기가 되는 큰손이었다. 어렵고 힘들었던 무술년 한해는 기억 속에 묻어두고 기해년 새해에는 우리 한인 모두가 어려움에서 벗어나 밝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사랑하는 한인 여러분, 그동안 저희 예진회를 사랑해 주시고 많은 관심과 따뜻한 마음 보내주신 모든 분께 지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희 예진회 봉사센터는 앞으로도 우리 한인을 위해 더 열심히 뛰고 노력하여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는 봉사단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며 기다리는 봉사자가 아니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가는 봉사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우리 한인이 이민 생활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각 기관의 정보와 안내에 대해 더 세심하게 준비하여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새해에도 여러분께서 하시는 모든 사업과 가정에 주님의 평화와 축복이 늘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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