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길. 피츠 로이와 세로 토레를 이은 길 (3)

산들이 얽히고 얽혀 산맥을 이루어낸 안데스. 이 척박한 땅에도 생명체가 살아갈수 있을까! 하지만 그래도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여러 동식물이 있습니다. 다람쥐 격인 파타고니아 비버가 부지런히 진행하는 앞을 가로지르며 우리의 앞길을 안내하고 친숙한 토끼풀이 꽃을 피워 세잎 크로버의 잎들에 쌓여 불쑥 헹가래를 당해 허공에서 바람에 떨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산은 거대 분재 전시장입니다. 혹독한 기후와 환경에 자라지 못한 나무들은 세월만 먹어 것늙은 노인의 모습들을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자양분과 광폭한 바람에 가지는 뒤틀리고 성장은 억제되어 몸집만 부풀어지는 기형의 나무들이 되어 파타고니아의 그림을 아름답게 채웁니다. 이처럼 치명적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요소는 되나 그 처절한 생의 이음을 생각한다면 그 얼마나 애처러운 아픔인가?
꽃이나 들풀들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가슴이 싸해지는 순간입니다. 그 산 하나를 넘으니 넓은 시야가 확보되면서 왼편으로 팜파스로 향해 산타 크루즈 강이 흐리고 양편으로 연이은 설봉들이 말달리듯 이어지다 모여드는 곳. 그곳에 세로 토레가 선명하게 기골장대한 위용을 갖추고 근엄하게 서있습니다. 이제는 저 토레를 향하여 더욱 가까이 보기 위해 한발한발 다가가는 것입니다.

 

잠시 쉬어가는 길. 길에서 벗어난 바위에라도 걸터 앉아 한숨 돌릴 수도 있겠지만 풀한포기 나무 한그루 이끼 한조각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이 자연의 조화가 무려 수백년에 걸쳐 만들어진 인고의 역사가 존재한다는 섬뜩한 이유에 차마 그 자연위에 발자국 하나 조차도 내지 못하겠더이다. 그래서 파타고니아의 자연이 더욱 처절하도록 아름다운건지도 모릅니다.
거의 호수에 이르렀습니다. 왼쪽엔 세로 토레 등정을 위한 거점 캠핑장이 있고 길은 바위 투성이의 너널지대라 가파른 경사를 완화하려 이리저리 휘둘러 놓았습니다. 마지막 피치를 올려야 합니다.

 

등반의 전망대 길이 험난하다 하여 지름길을 택할지언정 돌아갈수는 없는 길. 앞으로 걸어야 할 인생의 길도 이곳 파타고니아의 산길과 그리 다르지는 않을듯 합니다.
드디어 일차 정상에 올랐습니다. 클라이머들이 먼저 몸을 푸는 곳이라는 세로 솔로가 먼저 나오고 호수가 아름답게 누워 있는 라구나 토레 전망대가 이어집니다.
호수 끝자락엔 빙하가 흐르고 있고 그 시작점을 쫒아 시선을 위로 치켜올리면 명산 세로 토레가 나타납니다. 태평양의 습한 공기는 안데스 산맥을 넘으면서 눈을 뿌리는데 그 눈이 녹고 얼고를 수없이 반복하여 세로 또레의 빙하를 만들었습니다. 신이 빚어낸 대 자연의 조각들. 파타고니아를 풍요롭게 하는 이 정갈하고도 순수한 자연. 그것들이 바로 파타고니아가 신이 내린 마지막 선물이라 부르게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