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남의 파산

차가운 도시의 남자는 썰렁한 도시를 닮아서 그런지 차갑다. 하지만, 차도남도 그의 여자를 대할 때는 따뜻하다. 차도남은 멋쟁이다. 세련된 옷을 입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늦은 밤이 되면 와인바에서 불란서 와인을 즐겨 마신다.
차도남은 유난히 그의 여자에게 따뜻하다. 철마다 새로운 명품 가방을 사준다. 주말에는 그의 여자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그녀의 생일은 국경일 보다 더 확실하게 챙겨준다. 만난지 백일째 되는 날은 깜짝 이벤트를 준비할 정도로 세심하고 멋진게 차도남이다. 또한 차도남은 빚이 많다.

 

 

세련된 옷, 고급 식당, 명품 가방, 와인, 여행, 이벤트, 이 모든 것을 무슨 재주로 젊은 남자가 감당할 것인가. 차도남을 좋아하는 여자도 문제지만, 빚만 잔뜩 진 차도남은 더 큰 문제다. 차도남 정도의 소비를 할려면 재벌 2세 정도는 되야 하는것 같다. 과소비로 인해 차도남은 더 이상 돈이 나올곳이 없다. 크레딧 카드는 이제 한도액을 넘은지 오래됐고, 부모에게 더 이상 손을 벌릴 수도 없다.
차도남의 크레딧카드로 명품가방 결제가 안되던 날 그녀는 이미 차도남의 곁을 떠나 버렸고, 주위에는 밥한끼 사주겠다는 사람조차 없다. 울려오는 전화벨은 돈 갚으라는 독촉 전화뿐, 믿었던 그녀는 전화를 걸어주기는 커녕, 아예 자기 전화번호를 바꾸어 버렸다. 빈털털이가 된 차도남은 버려진 도시의 남자, 버도남이 되고 만다.

 

 

이쯤되면, 사람 만나는게 싫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고 하여도 쥐꼬리만한 봉급으로는 크레딧카드 이자도 갚기 힘들다. 평소에 자주 가던 카페를 지날때 마다 카페안의 연인들을 부러워해 보지만, 역시 하릴없음을 느끼고 걸음을 옮긴다. 오랜만에 집을 나서서 걷다보니 어느덧 다리위에 서있는 자기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듯 놀란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왔을까? 정말 탈출구는 없는가? 바람이 한번 불어지나치고, 머리카락이 휘날리면 “나는 왜 사는가?”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문득 죽어버리면 모든 것이 끝날 것 같다. 부모의 꾸지람, 추심사의 전화, 친구들의 경멸하는 듯한 눈길, 그리고 나를 떠난 그녀… 죽으면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것 같다. 과연 차도남에게 탈출구는 죽음밖에 없는가?

 

 

과소비는 젊은 사람들이 빚을 지게되는 가장 큰 이유다. 카드사는 대학생 때 부터 젊은이들에게 카드를 발급하고 그들의 소비를 부추긴다. TV나 영화속의 젊은 사람들이 호기있게 소비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고 오늘의 차도남은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과소비를 한다. 과소비의 종착역은 끊기 힘든 빚의 사슬이다. 빚에 짓눌려 젊음의 발랄함과 순수함이 퇴색된 차도남의 탈출구는 무엇일까?
필자는 파산이라고 생각한다. 카드사의 횡포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파산을 통해 빚정리를 하고 잃어버린 젊음을 되찿도록 하자. 파산의 귀한 경험을 통해 다시는 과소비 하지 않고, 착실하게 경제 활동을 하는 지혜를 배우자. 명품 가방 보다는 당신의 성실함에 이끌린 새로운 그녀를 만나고, 결혼을 할 때는 빚없이 결혼을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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