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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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 황금빛 갈대와 억새가 물결을 치고 불타듯 익어가는 단풍이 만산에 가득한 우리 산하를 아스라한 옛 추억을 더듬으며 품에 안긴 3대 명산의 이정. 오늘은 이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며 남국적인 생소함이 느껴지는 제주. 혼저옵서예 라고 반기는 인사를 받으며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12인승 밴에 채곡채워서 타고 오랜 비행시간에 무디어진 몸을 달래려 곽지 해수욕장이 있는 올레길 구간으로 달려가며 제주만의 특산인 오메기떡과 서귀포산 감귤로 시장기를 속입니다. 수확이 조금은 이른듯한 제주 감귤은 12월 까지 품종에 따라 계속 수확이 이루어진다는데 얇은 껍질과 시면서도 단맛 그리고 가득한 과즙이 일품입니다.

화산 활동의 일환으로 생성된 용암들이 그 장구한 세월동안 파도와 바람에 의해 빚어진 특이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깁니다. 곽지 해수욕장이 포함된 올레길. 올레길이란 말은 제주 방언으로 집앞에서 큰길에 이르는 곡목길로 가득 제주 민가의 정서와 삶의 흔적이 묻어있는 이쁜 길이랍니다. 구멍이 뚫여있는 화산석으로 조각한 해녀들의 군상이 이어지는 해변길에는 아직도 지지 않은 풀꽃들이 소담스레 피었고 해풍에 하늘거리는 억새의 물결이 푸르디 푸른 바다와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냅니다. 비릿한 바다 내음이 묻어있는 바람을 마시며 긴긴 비행의 노독을 녹여버립니다.

제주는 삼다도라 일컬으며 또한 삼무도라기도 한답니다. 돌. 바람. 여자가 많고 문과 담과 도둑이 없다는… 도시화 되고 외부 인력들이 유입되면서 그 옛날의 훈훈하고도 덕스러운 인간관계는 많이 허물어져 삼무도의 이름이 무색하게 되었고 카페. 팬션. 렌트카. 이 세가지가 넘치는 신 삼다도가 되어버렸다는 말을 듣습니다. 이어지는 해안선 트레킹. 바위와 절벽이 절경을 빚어내는데 아슬아슬 바다와 인접해 파도에 휩쓸릴 위험과 낙석의 그것 때문에 올래길도 비켜간 미답의 길입니다. 세계 지질공원으로 유네스코에 의해 지정된 지역으로 해안에 병풍처럼 드리운 절벽의 단층을 관찰하면 제주의 땅의 역사를 읽을수 있다합니다. 제주의 본디 땅인 누런 황토위에 화산이 폭발하여 날아온용암들 그리고 그 위에 켜켜이 쌓여간 화산재와 기타 부산물들. 생생하게 층으로 나타내 보입니다. 검은 용암은 헤아릴수 없는 세월동안 마모되고 깍여 검은 모래 사장을 만들어냈고 기포가 빠지며 생성된 구멍 바위속에는 파도가 실어다 놓은 꽃게며 골뱅이며 심지어는 못생긴 물고기 까지 갇힌채 저들만의 즐거움을 나누고 있습니다.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 옥색 코발트 색으로 물든 바다. 점점이 흩어진 작은 섬들. 그 사이로 오가는 고깃배들. 바람많은 제주에 당연한 풍차들의 느린 몸놀림… 자연과 인공이 함께 손을 맞잡고 평화의 정경을 빚어냅니다. 밤은 어스럼 찿아들고 구름에 가려 그 아름답다는 서산낙조는 감상할 수 없어도 올레길 중 가장 인기있는 구간중의 하나인 산방산과 송악산이 있는 10코스를 산책삼아 걷습니다. 바람이 참 부드럽다고 여겨지는 곶에 서서 어두워지는 바다를 바라보다 나도 그만 바다가 되어 그 곁에 누워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