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금빚을 깎아주는 진짜 이유

세금문제로 상담하러 오신 분들의 99%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어떻게… 좀 안될까요? 어디선가 세금빚을 낮춰준다는 광고도 들었는데… 벌금이나 이자만이라도 좀 깎아볼 수는 없나요?”
이 때 제가 흔히 들었던 예입니다. 요즘같이 경제가 힘든 상황에서 김씨와 박씨가 한동네에서 각각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칩시다. 김씨는 힘들지만 비용을 줄여서 제 때에 세금을 내며 운영을 해왔고, 박씨는 내야 할 세금으로 우선 급한 직원월급, 광고비, 재료비, 개인생활비를 막았습니다. 미납세금 외에도 상당한 벌금과 이자가 붙은 통지서를 받고서야 부랴부랴 바빠진 박씨. 박씨가 세금빚과 벌금, 이자까지 깎아서 나중에 낼 수 있다면, 그간 광고비 절감과 직원해고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던 김씨에게 불공평한 것 아닐까요?

 

“Leveling the playing field”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다면 양 팀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다는 뜻으로 널리 쓰입니다. 실제 운동장은 약간씩 기울어져 있을 수 있으니 운동경기에서도 전후반을 기준으로 골대를 바꿔 공정을 기하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정부에서 사업체마다 다른 룰을 적용해주면 불공정한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을 하나씩 하나씩 거치며 이러한 룰에도 예외가 있어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씀씀이를 줄이지 못해 빚이 늘어난 경우도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제 고객들의 실제 삶을 들여다보면 질병, 갑작스런 실직, 퇴직, 이혼, 사업실패, 연쇄부도 등 우리네 삶에서 충분히 있어날 수 있는 사건을 겪으신 분들이 더 많습니다. 이 분들이 줄이지 못하는 그 “소비”라는 것이 과연 명품가방, 외제차, 해외여행, 골프일까요?

 

제 경험에 의하면 그 소비는 연체된 의료보험을 폐지하느냐,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와 선생님이 있는 익숙한 학교를 그만두게 하느냐, 대학 입학을 목표로 열심히 하고있는 선발야구팀에서 빼느냐, 집에 있는 에퀴티를 다 빼서 깡통이 된 집의 모기지에 허덕이면서도 연로하신 부모님께 병원비와 용돈 보태시라고 매달 드리던 300불을 계속 드리느냐 마느냐의 문제입니다.

 

이런 보통사람들에게 유식한 경제학자의 목소리로 과감하게 ‘소비수준을 하강시키지’ 못했다고 타박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치는 커녕 부부가 뼈빠지게 일해서 번 소득의거의 대부분은 이사도 할 수 없는 집의 모기지와 자녀를 남들만큼만 교육시켜 보려는데 들어갑니다. 리스크를 대비한 여유자금이라고는 없이 매달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페이체크만 기다리는 생활이 어떤 사건으로 인해 무너져버리게 된 것입니다.

 

IRS 세금빚은 연체되기 시작하면 벌금과 이자가 원금의 반 이상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마지막으로 벼랑 끝에서 뛰어 내리는 심정으로 세금빚을 탕감받고자 파산신청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로, 신용점수는 바닥인데 세금빚은 고스란이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족이 빠듯하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돈을 가까스로 충당하다가 실업, 질병 등의 이유로 감당할 수 없게 된 분들, 퇴직금으로 작은 사업이라도 해보려고 애쓰다 망해버린 분들, 이젠 너무 늙고 병들어 앞으로 경제활동을 해서는 빚진 세금을 도저히 갚을 능력이 없는 분들. 이들은 안 갚는 것이 아니라 못 갚는 것입니다.

 

그래서 법 조항에도 인간사를 반영한 예외의 룰이 있다는 것은 정말 안심되는 일입니다. 본인과 가족의 기본적 생활도 꾸려나가기 힘든 사람들은 “Currently Not Collectible”로 분류하여 IRS 세금독촉을 멈추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을 벌어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고, 그나마 수입이 조금이라도 있는 분들은 기본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로 세금빚을 갚아가며, 아예 못 갚을 채무는 탕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것이 바로 세금축소협상 (Offer in Compromise), 일명 새로운 시작 (fresh start) 프로그램입니다.
어차피 못 갚는 무의미한 빚의 숫자를 지워주고 이들이 경제활동에 복귀하여 자기 앞가림이라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결국 사회복지 대상자나 홈리스, 범죄자가 되어 또다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더 이익이라는 정부의 계산이 깔려있기도 합니다. 때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인생의 타격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공정한 법일 수도 있습니다. 세금 빚의 일부를 탕감해주는 Offer in Compromise는 굉장히 까다로운 서류 심사를 거칩니다. 경험있는 전문가의 적절한 신청이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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