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 작가 “걱정했던 정유미의 느긋함, 그 덕에 버텼다“

’윤식당’은 열흘 촬영을 하고, 장사는 7일을 했다. 제작진은 이에 앞서 세팅 등에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들였다. 매번 많은 양의 촬영분을 어떻게 취합해 편집, 방송을 내보내는지도 궁금하다. 제작진이 강조한 포인트는 뭐였을까.

김대주 작가는 “먼저 전체 큰 내용을 공유한다.

이번 ’윤식당’은 첫 장사를 주제로 첫 회를 내보내자고 했고, 포인트를 살려보자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며 “사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캐릭터나 포인트가 없으면 재미없을 수도 있다. 매회 캐릭터와 포인트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매일같이 회의를 거듭해서 낸 아이디어다. 일주일 내내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웃었다.

김 작가는 촬영을 할 수 없었던 돌발상황을 아찔한 기억으로 꼽았다. 영업 하루 만에 건물 철거 소식이 전해졌고, 결국 1호점은 문을 닫아야 했다.

“가게가 무너지면서 이틀 정도를 날려 버렸잖아요. 해외 촬영에서 이틀은 정말 큰데 그것 때문에 여유를 느끼려고 했던 기획과는 조금 다르게 다들 쉬지 못했죠. 너무 당황했어요. ’무너진대!’라고 듣는 것과 보는 것은 또 다르더라고요. 현장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을 무척 좋아하는데 정말 그런 돌발은 원하지 않아요. 이건 사고 수준이죠. 지금까지 예능을 하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정말 예능 역사에 남지 않을까 할 정도예요.”

다행히 무사히 촬영도 끝내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좋으나 아쉬움은 남는다. “원래 우리 기획은 ’장사에 성공하자’는 것보다 ’한 명한테라도 더 잘해주고 여유를 즐기자’는 것이 목표였다”며 “그런데 촬영 일수가 적어졌으니 조급해졌다. 다행히 남은 이틀 동안 아름다운 석양과 멤버들이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 작가는 윤여정 셰프에 대해 “우리가 ’모범생’이라고 표현했는데 선생님은 맡은 바 일을 다 잘하려고 하는 분”이라며 “장사가 안 되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셨다. 놀기에 좋은 날씨지만 장사하기에는 힘든 상황이었다. ’제발 천천히 하세요’라고 해도 안 들으신다. 신나서 요리하고 또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면 자랑하며 즐거워하셨다”고 회상했다.

섭외하기 가장 어려웠다는 정유미에 대해서는 “사실 처음에는 너무 느긋해서 ’윤여정 선생님이 답답해하실 텐데’라고 걱정을 했다. 실제 답답해했다. 하지만 나중에 그 느긋함 때문에 버틸 수 있던 것 같다. 그런 상황을 조율하고 ’윤여정 사용법’이 생긴 게 정유미 배우 덕이다. 너무 바빠도 하나씩 하나씩 던져주고 인지하게 해주는 걸 선생님이 고마워했다. 처음에는 답답했는데 손발이 잘 맞아서 다행이고 좋았다”고 웃었다.

이서진 칭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서진 형은 제작진과 출연진의 연결고리”라며 “정유미 배우가 무서워하고 낯가림이 심해 고민을 하고 있는데 서진 형이 안면도 없으면서 ’저 팀은 믿고 해도 된다’고 안심시켜줬다. 본인은 이번에 엄청 즐겁고 재미있었다고 하더라. 음료를 만들긴 했지만 요리는 요리부가 하니 스노클링하고 자전거도 타고 좋았다고. 심지어 돌아가야 하는데 ’더 있으면 안 돼? 비행기표 바꾸자. 하루만 더 있자’라고 하더라”고 웃었다.

’알바구’ 신구 배우에 대해서도 “우리 프로그램의 색깔을 잘 만들어준 분”이라며 “윤여정 선생님과 같이 잘 해주셨다. 보통은 외국에서 식당을 한다고 하면 젊은 사람들이 멋진 요리로 뭔가를 보여줬을 텐데 그러면 다른 느낌의 프로그램이 됐을 것 같다. 여유로운 은퇴를 보여주는 건 꿈같은 일일 텐데 두 분 덕에 조금이나마 보인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윤식당’ 시즌 1은 초보치고는 장사가 잘된 듯하다. 수익금 어떻게 사용할까.

김 작가는 “사실 초반에 장사가 잘 안됐다.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팔아주기도 했지만 장사가 안될 때가 많았다. 돌발 사고도 있었기에 수익이라고 할 것도 없다”며 “도매로 구매해야 남는데 그런 게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수익금을 기부하거나 ’현지에서 어떻게 써볼까?’라는 고민도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웃음). 얼마 남지도 않았고, 몇십만 원을 어떻게 사용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요.”

시즌 2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그는 “두 번째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조금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며 “기대 안 했던 게 평가가 좋으면 칭찬을 받는데 잘한 걸 다시 했다가 망하면 욕먹기 딱 좋으니 고민과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