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문건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퀴즈 문제 하나 풀고 시작하자.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이방카 트럼프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 캐나다 총리 쥐스탱 트뤼도의 정치자금모금 수석인 스티븐 브론프맨, 미국 상무장관 윌버 로스, U2 의 리드싱어 보노, 그리고 가수 마돈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 독일의 일간지가 영국령 섬나라 버뮤다에 위치한 로펌 ‘애플비 (Appleby)’의 내부 문서를 입수한 후 취재 분석해보니 해외 조세도피처를 이용해 온 기업과 부호들의 명단 중에 이들의 이름이 나왔다는 것이다.

 

 

일명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Paradise Papers)’라고 불리는 이 유출 파일은 규모만 1.4TB에 이르며 현재 국제탐사보도 언론인협회(ICIJ)와 전세계 100여 개 언론사가 공조 취재하여 보도하고 있다. 2016년 4월에 공개되어 큰 파문을 일으켰던 ‘파나마 페이퍼스’ 와 유사하게 이번 유출 문건에도 메가톤급 세계 유명 인사와 기업들의 해외 조세 회피 및 재산 은닉 정황 기록들이 나와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상무장관 윌버 로스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위와 측근들이 운영하는 운송기업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청문회에서 숨긴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록 밴드 U2의 보노는 리투아니아의 대형 쇼핑몰을 은밀히 소유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문서가 유출된 애플비는 현재 버뮤다에 본사를 둔 유서깊은 법률회사이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몰타, 케이맨아일랜드, 홍콩 등 전세계 조세도피처 11곳의 지사와 변호사 등 직원 700여 명을 통해 세계 각국의 부호와 다국적 기업 등에게 검은 돈을 은닉하거나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한국의 뉴스타파 취재진도 국제 공조 취재에 참여해 지난 6개월 동안 데이터를 분석하여 여권번호, 거주지 주소 추적을 통해 한국 국적을 가진 232명의 이름을 찾아냈다. 버뮤다 법률회사 애플비를 통해 회사를 설립한 사람들은 한국에서 리조트 벤처 성공신화를 쓴 기업가, 부동산 전문 로펌대표, 명동의 부동산 부호 삼형제, 부산의 유명 안과병원장 등도 있었다. 애플비 유출 문서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비밀이었다. 아마 그들은 매우 억울해 하고 있을 것이다. 자료가 유출되지 않은 수많은 조세도피처 법률회사들의 장부에는 수많은 부자들의 자산이 숨겨진 신탁들에 등재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에서는 전혀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가슴이 서늘해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금을 숨기고 싶은 동기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사업상 경쟁자나 이혼한 배우자 등으로부터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여 세금도 회피하고 소유 자산도 숨기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딱 한가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부로부터 숨기는 것이다. 하루라도 밸런스가 만불이 넘으면 해외계좌정보신고(FBAR)를 하면 된다. 해외 계좌에서 이자소득이 있으면 세금 보고에 추가시키면 된다. 오만불이 넘으면 하는 해외금융자산보고(FATCA)는 FBAR 보고와 중복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금보고를 하지 않는 것은 경범죄(misdemeanor) 이지만, 허위로 하는 세금보고는 중범죄(felony)에 해당한다.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에 나온 설립된 회사들이 모두 불법적인 것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적법하게 설립한 회사라도 숨겼다 발각되면 의도적 탈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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