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식이 엄마

80년대에는 강남에 아파트 열풍이 심했다고 한다. 많은 주부들이 부동산을 통한 재테크에 관심이 있어서, “복부인”이라는 단어도 그 때 생긴 것으로 안다. 내 친구 용식이는 일년에 한번씩 이사를 다녔다. 달리 먼곳으로 이사하는 것도 아니고, 한신 1차에서 한신 3차, 어떤 때는 다시 한신 1차로 이사를 왔다갔다 했다. 그래서 항상 그 친구를 만나러 가려면 주소를 물어보곤했다. 같은 주소에서 5년 이상을 살았던 나에게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었고, 관심 밖의 현상이었다.

 

아마존 (Amazon.com)이 제2의 본사를 동부에 만든다고 일년전부터 발표했다. 많은 도시들이 후보에 참여했고, 추려서 추려서 결국 20여개 도시로 축소 되었다. 많은 소문들이 나돌기 시작했고,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지기 시작했다. 보스톤에 사는 용식이 엄마는 “우리 미용실에 아마존 중역이 이사와서 머리를 했어. 이곳으로 온다고 귀뜸해 주더라고”, 아틀란타에 사는 용식이 엄마는 “무슨 소리야, 아는 부동산 언니가 최근에 아마존 사장 주택을 이 동네에서 팔았다고 하던데”… 늘 바뻐서 얼굴 뵙기도 힘들었던 용식이 어머니께서 최근에 미국에 자주 출연하시는 것이었다.

 

결국 아마존은 동부본사를 2개로 나누어서, 하나는 뉴욕에, 다른 하나는 버지니아에 열기로 한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소식이 없으셨던 용식이 엄마는 물론, 용식이 아빠까지 나타나셨다. 6개월이상 팔리지 않아서 에이전트 보너스까지 약속했던 주택들이 너무나 뜨거운 경쟁으로 리스팅 가격보다 몇만불 이상 일시불 현찰로 팔리고, 일부 셀러들은 자신이 원하던 가격보다 더 높은 오퍼가 들어와도 매물을 거두어 들이고 있다. 세금책정 가격이 43만불 주택에 55만불 오퍼를 넣었더니, 57만불이면 생각해보겠다고 한다. 만일 아마존 열풍이 없었다면, 49만불에도 팔기 힘든 주택임에 틀림없건만, 열풍은 많은 사람들의 눈을 멀게한다.
현재 시세보다 5%, 10%, 아니 20% 이상 높게 구입한 주택들의 프리미엄이 빠지려면 7년 이상은 걸릴 것이다. 즉, 43만불의 주택을 10만불 더 주고, 53만불에 구입했다면, 그 53만불의 주택이 다시 63만불이 되기까지는 10년 이상 걸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2006년에 80만불이었던 신규주택이, 2010년에 52만불에 팔렸다. 이 주택은 다시 2015년에 61만불에 팔렸고, 최근에는 67만불에 팔린다. 이 주택이 다시 80만불까지 오르려면,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이성적 판단과 감성적 판단은 항상 상충한다. 머리는 ‘안돼”라고 왜쳐도, 감성은 “질러”라고 받아치는 것이다. 16억 로토 광풍에 머리는 “2불도 아깝다”라고 각인시켜 주지만, 감성은 “그래도 알아? 2불 쯤이야”라고 충동시켰다. 그래서 본인도 10불어치를 구입했음을 고백한다. 방금 용식이 어머니께서 전화를 주셨다. 아마존 본사 예정지 근처에 투자용으로 싸게 나온 주택을 찾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