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파졌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나아질까’를 생각하자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내려놓아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데…

 

내 삶에서 아픔을 ‘예방’하여 건강을 유지하기 원한다면 지금 당장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은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허리가 아프다고 청소를 안하고 살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컴플레인을 제시하는 고객을 무시할 수도 없고, 마음이 아프다고 밤 늦게까지 게임을 하는 자녀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고 살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청소를 하고, 고객 응대를 하고, 자녀에게 싫은 소리를 하며 병들어 가는 몸과 마음을 그대로 방치하기에는 마음 한구석이 너무 불안하다. 그러다 어디가 망가지기라도 하다면, 그때마다 급한대로 ‘치료’만 받아가며 질병을 안고 살아가자니 이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건강’한 삶과는 너무 거리가 먼 것이 자명하고…

 

 

 

건강한 삶과 가장 가까운 길은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을 관리하며 살아가는 길

 

그래서 건강한 삶과 가까이 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관리’가 될 것이다. 평소에 해야 할 청소를 계속 하면서도 침, 마사지, 요가 같은 방법을 통해 그 때 그 때 굳어진 허리를 계속 풀어주고, 힘든 고객을 상대하고 나서는 명상을 통해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고, 자녀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난 다음 날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이라도 따로 챙겨주며 마음을 달래주면서 살아가듯이 말이다.
기본적으로 예방이 내 몸을 힘들게 하는 사건들을 사전에 회피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관리는 그러한 사건들이 일어난 이후에 힘들어진 내 몸이 망가지기 이전에 재빨리 회복시켜 주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물론, 제 때 관리가 들어가 주지 못하면 결국 우리는 병원을 방문해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몸에 어떤 이상이 생기면, 혹은 이상이 생기는 것 같으면 ‘왜 아파졌을까’라는 질문 보다는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까를 더 고민해야 한다. ‘왜’라는 질문은 기본적으로 문제가 생기기 이전에 (몸이 아파지기 이전에) 그 문제를 회피하여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도움이 되는 궁금증이기 때문이다.

 

 

 

‘왜 아플까’ 이전에 ‘어떻게 나아질까’를 고민하면 달라지는 것들

 

하지만 ‘왜’ 대신 ‘어떻게’라는 고민을 시작하면 우리의 뇌는 자연스럽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지금보다 건강해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와 같이 예방이 아닌 ‘회복’에 초점을 맞춰 사고를 시작한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내려 놓지 않고도, 지금 나의 환경을 바꾸지 않고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결국 도달하게 된다.
시카고에서 임상을 하고 있을 때 자주 본원을 방문하던 한 프로 골퍼분이 시합이나 연습을 하고 난 다음에는 꼭 헬스장에 들려서 반대쪽 허리를 돌려주는 운동을 최하 30분에서 1시간 가까이 하고 난 다음에야 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이 전에는 만성적으로 한 쪽 어깨와 허리에 늘 통증이 있었는데, 그렇다고 허리 통증을 위해 평생 해오던 골프를 포기할 수는 없고 그냥 참고 하자니 통증이 앞으로 점점 더 커지는 것이 두렵고 해서 고민을 하다 찾아낸 방법이라고 한다.
이 분이 왜 내 허리가 아플까라는 고민만 계속했다면 아마 골프를 그만두거나, 통증을 인내하며 수술을 해야할 상황이 올 때까지 계속 골프만 해 왔을테지만, 어떻게 해야 내 허리가 나아질까를 고민하였기에 골프를 그만두지도 않고 통증을 키우지도 않으면서 몸을 관리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예방보다 현실적이고 치료보다 수월한 것이 건강을 관리하는 것
이것이 한의학에서 치료보다 예방보다 중시하는 관리법인 ‘섭생법’과 ‘양생법’의 기본 원칙이다. 또 다른 예로는 분노를 자주 겪게 되는(정신적인 열을 받는) 환경이나 실제 온도가 매우 높은 더운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한의학에서는 그저 보리차를 평소에 음용할 것을 권하는데, 이는 평소에 몸 안의 열을 식혀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는 보리차를 사용해 환경의 영향으로 몸이 체온이 계속해서 높아져 화병이나 열사병에 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화를 내지 말라거나, 화를 낼 일을 피하라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나는 대로 식히라는 것이다. 보리차를 그저 매일 마시는 것이 사실상 일을 그만 두는 것보다, 일사병에 쓰러진 후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 회복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손쉬운 건강 관리법임을 말할 두말 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