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대체 무엇을 고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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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에서 임상을 하다 보면, 한국사람이라고 한의학이나 한국의 사상에 더 친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매번 깨닫는다.
오히려 미국땅에서 한의원까지 찾아서 내원하는 외국인들이 더 한의학의 치료 원리 라던지, 동양의 사상에 더 정통한 경우가 대다수 이다.
일례로 한의학과 현대의학은 환자가 병원을 찾는 이유를 분석하는 방법에서, 의사로서 고쳐야 할 대상을 선정하는 방법까지도 완전히 다른 두개의 전혀 다른 학문인데,
대부분 이러한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차이를 인식하고 있는 분야는 기껏해야 한의학에서는 바늘과 약초를 사용하고,
현대의학에서는 수술과 화학약품을 사용하는가 보다… 하는 도구의 구분 정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꼭 병원에 가야만 하는 병증을 가지고 한의원에서 고치기를 희망하거나,
반대로 한의원으로 가야 할 병을 가지고 병원에서만 허송세월을 보내시는 이들이 많은가 보다. 하지만 실제로 한의학과 현대의학은 그 사용하는 도구 뿐 아니라,
치료의 주 대상까지도 다르기 때문에 본인의 질병을 고치기 위해 필요한 대상을 잘 못 선정하고 치료를 진행하는 의사나 한의사를 만난다면 그 치료가 심히 어려워지고 더뎌질 것임은 매우 뻔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한의학이 고치려는 대상과, 현대의학이 고치려는 대상은 어떻게 다른가?
우선,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일반 대중이 질병이라 부르고 치료의 대상으로 삼는 것들이,
사실은 질병 자체가 아닌 질병의 결과일 뿐이라는 부분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감기로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감기라는 것은 감기 바이러스가 우리 몸 속으로 들어왔을 때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기침이나 가래, 발열 같은 여러가지 증상을 가지고 고생하고 있는 과정의 전체 상태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감기를 극복하기 위해 치료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은 분명 기침, 가래, 발열과 같은 증상에 국한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기침과 가래를 삭이는 약과 해열제를 사용해 증상을 완화, 제거 시키더라도 근본적인 병의 원인이 그대로 있으니 약효만 떨어지면 이러한 증상들이 재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기를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원한다면 우리는 이미 우리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격퇴하거나,
아니면 그러한 바이러스 따위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몸의 면역체계를 강화 시키는 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쉽게 말해 외부로부터 변화가 나타날 때(감기의 경우는 바이러스의 침법), 우리 몸이 그 변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라면(감기의 경우는 면역력의 악화)
그 결과 우리는 반드시 고생(감기의 증상들)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중이 인식하고 있는 질병 이라든가,
대중이 의사들에게 고쳐 주길 원하는 것들은 병을 일으키는 원인들 보다는 지금 당장 고통스러운 증상들에 그 초점이 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경우, 임상의들의 병에 대한 접근법도 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보다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향을 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시작은 환자의 요구를 따랐더라도, 어느 정도 환자의 고통이 덜어지면 이제는 의사로서 병의 원인을 제거해야만 하는데,
위의 언급한 두 가지 질병의 원인들 중, 양의와 한의는 서로 다른 대상을 치료의 목표로 삼는다. 양이는 병을 일으키는 변화에 그 관심을 집중한다면,
한의는 변화를 감당해내지 못하는 몸 상태에 주목하는 식이다. 그래서 현대의학의 연구분야는 대부분 병의 원인을 조사하는 병리학에 집중되어 있다면,
한의학에서는 체질이나 오장육부의 불균형 같은 부분을 연구하는데 그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현대의학의 병의 다양한 발병 요인을 하나 하나씩 제거해 질병 자체를 제거하려 하고,
한의학에서는 병의 다양한 발병 요인에 대응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 주어 질병에 대해 저항할 수 있게 해주는 의학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앓고 있는 질병이 급격한 환경변화에(급성질환) 근거한다면 아무래도 인체 외부의 질병에 초점을 맞추는 현대의학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겠고,
균형이 깨져서 많이 허약해진 몸 상태에 더 근거한다면 우리 인체 내부에 치료의 초점을 맞추는 한의학을 통해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