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생굴의 누명 벗기기

저녁을 먹으러 미국식당에 갔다. 미국 식습관이 고기 위주이다보니 외식을 할때면 꼭 생선이나 샐러드를 먹으려고 하는데, 생굴(oyster)이 메뉴에 있어서 전채로 생굴을 시켰다. 그러니까 아내가 “요즘 oyster 먹고 죽는 사람 있다는데 그걸 먹으려고 하냐?”는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린가 해서 나중에 신문기사를 검색해보니 올해 1월에 부부가 루이지애나 수산물시장에서 2 dozen oyster를 사서 먹고 아내가 3주 후에 비브리오 박테리아 감염으로 사망한 것이다. 신문기사를 쭉 읽다보니 결론은 생굴이나 회를 먹으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감염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이었는데, 댓글을 읽어보니 생굴이나 날생선이 사람을 죽일 수 있으니 절대 먹지 말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아무래도 ‘생굴을 먹고 사람이 죽었다.’라는 자극적인 신문기사의 제목이나 보도내용에 의해서 여론이 그렇게 형성되고 심지어 내 아내도 걱정을 할 수는 있지만 회를 먹는 문화에 익숙한 동양인으로 볼 때 아무래도 생굴에 의해 사람이 죽었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섭취한 굴이 오염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같이 굴을 먹은 남편은 큰 문제가 없었고, 또한 그 지역에서 생굴을 먹은 사람들 중에 집단 감염 또한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오염된 회나 굴은 먹지 말아야 하지만 아무리 신선한 회나 굴이라도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없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 양이 소량이라서 섭취해도 인체의 면역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죽이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혹시 이 굴을 먹은 여성이 다른 문제가 있었던게 아닌가 해서 다른 신문 기사를 검색해보니 그 여성이 다이어트 목적으로 stomach bypass surgery를 시술받은 것을 발견했다. 이걸 본 순간 본인은 ‘바로 이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위 수술을 받으면 위 기능이 떨어지면서 위산분배가 정상적으로 안될 수 있는데, 그런 경우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음식물과 함께 섭취되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위산에 의해서 죽지않고 몸속에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여성이 사망한 원인은 생굴이 아니라 바로 위 수술에 의한 후유증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본인이 신문기사를 썼다면 그 기사의 제목은 “위수술에 의한 후유증으로 생굴을 섭취한 여성 사망”이 맞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사고를 통해서 아내를 잃은 남성과 가족에 위로를 표함과 동시에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잘못된 뉴스를 통해서 진실이 너무 쉽게 왜곡될 수 있고 잘못된 여론이 형성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불필요한 수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위수술을 받았다면 할 수 없지만 만약 정말로 살을 빼기 위한 수단으로 수술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식습관을 조절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정답인데 수술을 하면 즉시 효과를 볼 수는 있을지라도 결국 나중에 다른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위수술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척추수술에도 해당된다. 잘못된 자세나 생활습관에 의해 생긴 척추 및 관절 문제는 결국 시간을 들여서 꾸준히 노력하며 고쳐나가야 하는데 통증에 의해서 수술을 하게 되면 당장은 효과를 볼지 몰라도 결국 나중에 그 후유증을 감수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건강을 위해서는 미리미리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들여 꾸준히 노력하는 방법밖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