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분에게 “어떻게 지내셨어요?”라고 물으니 “눈, 코 뜰새 없이 너무 바빠 힘들어요.”라고 말한다. “뭘 하시는데 그렇게 바쁘세요?”라고 물으니 “새벽 기도 다녀야지, 교회 봉사해야지 어쩌다 보면 이미 저녁이고 그렇게 바쁘네요.”라며 껄껄 웃는다. 이제 은퇴하여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할 연세, 교회에 다니느라 바쁘다는 그분에게 “맨날 교회를 다니실 게 아니라 어디 부부 동반하여 여행도 다니시고 그러세요.”라고 하니까 “어이구! 예수님 만나러 가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하였다.
그랬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매일 같이 교회를 간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정말 맞는 말일까? 아닐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교회에 계시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공양드리겠다고 열심히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 부처를 만나기 위해 절에 간다고 한다. 그러나 그곳엔 부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부처를 닮은 돌상이 있을 뿐이고 교회에도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만 계실 뿐이다. 부처도 예수님도 늘 우리를 바라보고 있건만, 그들은 예수를 만나기 위해 교회를 가고 부처를 만나기 위해 산을 오른다. 예수님은 아픈 몸으로, 굶주린 모습으로 또는 지치고 힘든 삶을 가슴에 안고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건만, 사람들은 이곳저곳에 계신 예수님은 보이지 않고 십자가상에 옷 벗고 매달려 있는 예수님만이 예수님으로 알고 있다.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갈 곳 없는 사람은 살을 파고드는 추위를 걱정하고 살기 힘든 사람들은 추운 겨울을 준비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따뜻한 계절엔, 푸성귀라도 팔아 삶을 지탱하고 쓰지 않는 옷가지라도 팔아 하루를 견디기 위해 노력하지만, 엄동설한 추운 겨울엔 너도나도 겨울을 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겨울에 눈이라도 많이 오면 일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걱정입니다.”라며 한숨 쉬는 예수님의 얼굴엔 절망의 빛이 역력하고 “누가 부르면 잠깐 가서 일하고 한 시간에 10달러를 받는데 날이 추우면 그것도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자매님도 한숨 속에 눈을 감는다. 병든 사람, 굶주린 사람, 갇혀 있는 사람, 갈 곳 없는 사람, 재해로 집을 잃고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 그리고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는 모든 이가 바로 예수님이다.
예수님은 항상 슬픈 얼굴로 나에게 다가오신다. 그리고 못에 뚫린 손을 내밀며 “도와주세요.”라고 말씀하신다. 지치고 힘든 예수님의 손을 잡아 주는 이가 진정 예수님의 진리를 실천하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어디를 가시나요?”라고 물으면 왠지 모르게 예수님 만나러 교회에 봉사하러 간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예수님께서는 고픈 배를 채워 줄 사람을 찾아 거리를 방황하고, 피곤한 몸 뉠 공간을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데, 가난한 예수님은 그들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더 높은 곳을 향하여 가려고 하고 더 멋진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들은 모두 아무 소용 없는 한순간의 세상에서의 기쁨일 뿐, 영원히 가질 수 있는 커다란 행복과 기쁨은 아닐 것이다. 더 높은 곳도 더 멋진 것도 다 우리 옆에 머물고 있는데 어디로 그것을 찾으러 간다고 하는가. 가난한 예수님의 손을 잡는 것은 바로 우리에게 주신 은총이며 나에게 주신 천상의 행복일 것이다.
“날이 시원해서 좋기는 한데, 날이 너무 추우면 몸이 더 아파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벌써 걱정이 앞선다. 겨울은 아직 오지 않았건만, 어차피 올겨울을 맞을 준비가 아직 안 된 모양이다. 일해야 하는 데 써 주는 곳이 없어서 할 일이 없고 내야 할 돈은 많은데 돈을 벌 수 없으니 나오느니 그저 한숨 뿐이다. 그가 내쉬는 한숨이 나의 온몸에 한꺼번에 스며들고 그의 걱정이 나의 가슴에 한 소쿠리가 되어 가득 찬다. 먹을 것이야 그냥저냥 해결할 수 있지만, 그의 생활까지 내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근심으로 다가온다. “주님, 가난한 것도 좋은데 가끔, 아주 가끔은 부자가 되어 오실 수는 없나요?”라고 속으로 말하고 나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다.
그래, 그래도 희망을 품자. 아마 내일은 나의 근심이 전해져서 부자 예수님께서 오실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면 밝은 웃음으로 하루를 맞이할 수 있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