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쯔하이머병 또는 파킨슨병과 유사한 “다발성 신경계 위축증”

80세 남성 환자가 악화되는 보행장애를 이유로 필자를 찾아왔다. 환자의 문제는 약 1-2년 전부터 시작되어 환자의 주치의로 부터 파킨슨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오래 전 부터 치료약을 복용하여 왔다고 하였다. 병원에 함께 방문한 가족에 의하면 환자는 또한 최근들어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져, 몇 달 전 부터는 더이상 환자 스스로 각종 세금 고지서를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고 하였다. 환자는 걸음걸이를 정상적으로 뗄 수 없었으며 자리에서 앉았다 일어선다든가 할 경우에 매우 어지럽다고 한다. 환자는 환시와 환청 증상을 자주 호소하였다. 환자의 어머니는 알쯔하이머병 (Alzheimer’s disease)과 파킨슨병 (Parkinson’s disease)으로 진단 받았고 85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고 한다.

 

 

 

환자는 인지기능 (cognitive function) 검사를 받았으며, 검사상 매우 심한 시공간 지각력(visuo-spatial ability)의 장애를 보였다. 신경학적 검사에서는 파킨슨병을 시사하는 소견인 가벼운 경직 상태와 손 떨림 증상이 오른쪽에서 감지되었다. 더욱 흥미로운 진찰 소견으로는 환자에게 안구 운동을 시켜 보았을 때 매우 특이하게도 환자는 머리 위로 눈을 치켜 뜨는 동작을 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계속하여 여러가지 신경학적인 검사들을 통하여 환자의 상태는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치매증후군의 하나인 ‘다발성 신경계 위축증(multiple systemic atrophy)’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다발성 신경계 위축증’이라는 퇴행성 뇌 질환은 최근의 한 연구에서 밝혔듯이 파킨슨병으로 진단된 사람들 가운데 약 10%에 있어서는 후에 파킨슨병이 아닌 이 병이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최근 발생 빈도가 증가 추세에 있는 신경 질환이다.

 

 

 

두가지 형태의 다발성 신경계 위축증이 알려져 있는데, 그 중 한 가지는 파킨슨병 증상과 자율신경계 이상 증상을 보이는 형태(MSA-P, MSA-parkinsonian)와 다른 한 가지는 주로 소뇌 및 운동 신경계의 이상을 보이는 경우(MSA-C, MSA-cerebellar)다. 2007년 요시다(Yoshida M.)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노화 과정에서 신경세포에 알파 시누클레인(alpha-synuclein)이라는 이상 단백질이 축적이 되어서 신경세포를 빨리 죽게 함으로써 이와 같은 퇴행성 신경계 질환이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화 과정에서 누구나가 다 겪게 되는 기억력의 감소 및 운동 능력의 소실은 물론 정상적인 노화과정의 일부일 경우가 대다수 이겠지만, 만일 다발성 신경계 위축증과 같은 병적인 퇴행성 신경계 질환의 초기 증상이라면 이에 대한 조기의 정확한 진단만이 최선의 치료와 관리를 보장할 것임은 분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