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탕감프로그램 (Offer in Compromise)에 관한 고찰

책상 위에 툭 던져놓은 조금은 낯설어보이는 한인들을 위한 주간 신문이 있어서 뭔가 하고 들여다봤더니 남편이 주말에 텍사스로 여행갔다가 집어온 그 지방의 주간지였다.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회계사 광고가 보였고 “$100 세금을 $1로 탕감해주는 서비스 가능”이라는 광고 문구가 보였다. 얼마 전에 로펌으로 문의한 한인 고객 한 분이 생각났다. 본인은 버지니아주에 살지만 텍사스에 사시는 부모님이 세금을 없애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알아보라고 하신다고 정말 맞는 말이냐고 문의해온 거였다. 보통 이런 질문을 받으면 케이스에 따라 상황을 들어보고 판단한 뒤, 됩니다 안됩니다를 반복해왔지만 이번에 이런 광고를 보고나선 도저히 지면을 빌려서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전에도 한 번 세금탕감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지만, IRS에서 제공하고 있는 소위 Offer in Compromise 프로그램은 아무나 신청해서 밀린 세금을 탕감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다. 각기 다른 케이스를 맡아서 수없이 Offer in Compromise를 신청해보고, 그 결과나 장단점에 대해서 눈감고도 알만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광고는 내지 않을 것이다. 만약 경험이 풍부하고 자세한 내용을 아는 프로페셔널이 이런 광고를 냈다면 이건 분명 허위 광고이며 일단 고객을 오게 만들고 보자는 호객 행위와 다름없다고 본다.

 

지금 이 시각에도 종업원 급여와 거래처 청구서부터 해결하다가 피치못해 밀린 세금과 눈만 뜨면 날아드는 알수없는 징수 고지서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려있는 사람들이 많기에 이러한 잘못된 희망을 건네는 광고는 언젠가 이런 서비스를 고용해서 세금을 탕감하면 끝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로 제대로 된 행동과 결단력을 마비시키는 사회악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이런 서비스를 고용해 Offer in Compromise를 잘못 신청하고 일 이년 뒤 두배 이상 늘어난 세금으로 허덕여왔었나를 생각하면 절로 화가 치민다. 막말로 아무나 100불이란 세금을 1불로 줄일 수 있다면 그 누구가 제 때에 세금을 내겠는가. Offer in Compromise라는 프로그램은 사회의 한정된 그룹의 사람에게 허용하는 새삶찾기 서비스 같은 개념이다.

 

세금이 밀린 이유를 막론하고 지금 당장 먹고살기 어려운 사람들, 실직이나 질병으로 고생하여 임금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나이 등 여러가지 이유로 더이상 경제활동이 어려워보이는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세금을 어느 정도 탕감해 주어서 앞으로는 세금을 밀리지 않고 제자리를 찾아가게 만들자는 의미이다. 비교적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이 변호사나 회계사를 고용해서 신청한다고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또 Offer in Compromise는, 신청서를 읽으면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잘 쓴 편지 한 장으로 받아들여지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굉장히 정교한 숫자놀이와 공식에 끼워맞춘 분석이 더해져야 그 편지에 날개가 달린다. 은행 잔고내역서와 모든 지출내역을 한 줄 한 줄 분석하고 현 수입과 세금 계산, 자산 내역, 그리고 제삼자가 신청서를 읽었을 때 제출된 숫자와 현 경제상태의 전체적인 그림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는 흡사 대학 원서 쓰는 것과 비슷하다. 개별적인 이력은 화려한 데 전체적으로 흐르는 테마가 없어서 어떤 쪽에 관심이 있는 학생인지 도무지 알수 없어서 대학 원서가 산으로 가는 것과 비슷하다. 마찬가지로 수입이 적지만 의외로 숨겨진 자산이 튀어나온다던가, 아직 나이가 젊어서 미래의 수입이 예상되는 경우, IRS에서 Offer in Compromise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열이면 열이 모두 다른 케이스를 분석하여 자기만의 원서를 신청해야 할 때, $100이 세금이라면 $1로 깎아줄 수 있다는 광고만 믿고 막연한 희망으로 찾아올 다급한 고객들을 생각하면 그들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더 깊은 나락과 불어날 세금으로 가슴이 답답할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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