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폭포 이과수 폭포. 악마의 목구멍 속으로. 이과수 폭포 (2)

오후 6시면 일찌감치 폐장하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지역으로 선정된 이과수 폭포. 그들의 낙천적인 여유로움이 얄밉도록 부럽습니다. 걸음의 축제를 열어가는 우리는 공원 내 4곳의 트레킹 코스를 즐길 수 있는데 낮은 곳에서 폭포군을 쳐다볼 수 있는 Lower Circuit, 높은 위치에서 관망할 수 있는 Upper Circuit, 로어 서킷을 따라가서 페리를 타고 건너가 더욱 폭포 가까이에 다가가 웅장한 물내림을 느낄 수 있는 San Martin Island 그리고 악마의 목구멍 폭포 지점을 보러가는 길입니다. 이 모두 한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니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실정이라 페리를 타고 산 마틴 섬으로 건너가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로어 서킷 출발점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나 이 트레일은 오늘 폐쇄했다 합니다. 맹수 퓨마가 출현했다는 것입니다. 12명이 합세해서 때려잡고 저녁 바비큐 파티를 벌이자고 호기를 부려보지만 룰을 범할 수는 없는지라 아쉬운 발길을 어퍼 서킷으로 돌립니다. 먹을 거리를 달라며 귀찮을 정도로 다가드는 긴코 원숭이와 예쁜 꽃잎처럼 지천인 화려한 나비들의 환대를 받으며 밀림의 숲길을 걷습니다. 중간중간에 준설해놓은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폭포 품은 대자연의 수려한 풍광. 가슴이 시원하게 젖어오는 힐링의 기쁨이 가득합니다.

 

 

 

하늘은 푸르디 푸르고 인자한 햇살은 온누리에 가득합니다. 세계적 명승지에 날씨 마져 받쳐주니 우리네 걸음들이 마냥 가볍습니다. 꼬마 기차를 타고 무적소리 울리며 관광객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끄는 악마의 목구멍으로 다가갑니다. 침식 현상으로 형성된 거대한 U자 모양의 거의 85미터 높이의 큰 물기둥을 만나러 달려갑니다. 길게 이어놓은 다리를 걸어 폭포 깊숙이 들어가는데 입구에서 부터 굉음이 전해오고 저 멀리서 물보라 하얗게 하늘로 치오릅니다. 다들 저절로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마침내 그 위에 섰습니다. 가장 먼저 뇌리에서 튀어나오는 연상은 배우 로버트 드 니로를 세계적 스타로 만들어 준 롱랑 조페감독의 영화 미션입니다. 영화의 첫장면 부터 십자가에 매달린 선교사가 거대한 폭포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 배경이 바로 이곳입니다. 좀 더 깊이 시선을 꼽고 있자면 악과 선의 경계에서 갈등하던 드니로의 복잡한 심정이 오묘한 표정연기로 승화되는데 인간사의 모든 선악이 저 구멍에서 들끓는 듯 합니다. 그리고 걸러지는 악과 남은 선한 것들만 평화로이 담담하게 세상으로 흘러갑니다. 혼줄 돌려잡고 주변을 휘 돌아보면 주 폭포 곁으로 풍경을 채워주는 새끼 폭포들이 한 폭 명화의 허전함을 빈틈없이 가득 채워줍니다. 신은 어떻게 저렇게 멋진 폭포를 만들어서 인간에게 선물로 주셨을까! 주실려면 값은 값에 대한민국 땅에 내려주시지..

 

 

 

본의 아니게 이른 시간에 숙소로 돌아와 묵은 때와 찌든 땀을 말끔히 씻어내고 문명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이과수의 맛집. 아사도 전문 식당. 소가 사람 수보다 많다는 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 뿐만 아니라 남미전역에서 아사도를 즐겨 구워먹지만 아무래도 원조국에서 먹는 맛은 뭔가 다릅니다. 육류를 별로 즐기지는 않지만 지역 특식으로 한번씩 즐길만하여 남미 방문시 빠지지 않고 즐기는 아르헨티나 대표 음식입니다. 아사도는 스페인어의 굽다는 의미의 Asar가 변형된 대명사로 생고기를 장작불 주변에 걸쳐놓고 왕소금만 뿌려가며 돌려구워 기름기를 쫘악 빼서 부위별로 잘라먹는 남미식 바베큐입니다. 청정 목초지에서 방목되어 자란 소와 양 그리고 낙타과의 과나코 이 세가지를 구워내는데 원주민들이 가장 애용하는 것은 다름 아닌 과나코랍니다. 세가지와 함께 내장과 소세지까지 더한 모든 구이를 한상 푸지게 펼쳐 놓고 아르헨티나 대표 와인 말백을 바쁘게 시키며 하루의 노고를 달래봅니다. 헤어져야 할 시간이 가까울수록 정도 더 깊어져 함께 하는 시간들이 참 그윽합니다. 권하는 잔마다 기쁨이 넘치고 박장대소 호탕함에 여행의 재미가 가득합니다. 취기어린 몸들을 이끌고 숙소로 걸어서 돌아가는 어스름 달밤. 저도 살짝 부끄러운지 휘영청 둥근 달이 구름 뒤로 숨어 버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