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생과 양생II : 소를 잃기 전에 미리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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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현대인들의 평균 수명이 예전보다 길어졌음에도, 주변에서는 아픈 노인들이 예전보다 훨씬 늘어난 것만 같다. 이는 현대인들의 평균 수명이 연장되었다는 사실이 건강을 유지한 채 노년을 살아가는 인구의 증가에 기인하지 않고, 몸과 마음에 여러가지 질병을 안은 채 간신히 수명의 마지노선을 늘려 살아가는 노령 인구의 증가에 기인한 면이 크기 때문이리라.
아니, 굳이 예전보다 길어진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노령인구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고혈압이나 당뇨같은 신체적인 지병, 혹은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인 이상 증상 하나 없는 중년을 주변에서 찾아보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이런 것을 보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이 여러가지 과학적인 건강상식(?)에 대해 무지한 채 시대를 살아간 우리 조상들보다 더 건강하다고 말하기가 참 에매하다.
이는 예전보다 더 바쁘고 고단해진 현대의 삶에서 참으로 여유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휴식없이 가혹한 외부환경에 의해 끊임없이 혹사 당하는 동안 우리의 몸과 마음은 점점 피폐해지며 균형이 무너지고, 결국에는 질병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이럴 때 현대의학은 주로 질병으로 인해 부족해지고 약해진 부분을 직접 보충하고 수리하는 식으로 접근하는데, 이러한 방법을 우리는 비정상의 상태를 정상으로 돌려놓는다는 뜻인 ‘치료’라 표현한다. 이 ‘치료’라는 개념은 가히 현대의학의 시작과 끝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한의학에서 이 ‘치료’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섭생’과 ‘양생’이라는 개념이다.
양생법을 통해 보양한다는 것은 질병을 예방하고 혹 질병을 앓게 되어도 쉽게 회복할 수 있는 기운을 기르는 것으로, 엄밀한 의미에서는 매우 적극적인 치료법이기도 하다. 이 양생을 위해 한의원에서는 체질에 따라 약해지기 쉬운 부분을 미리 감별해 침이나 탕약, 운동요법으로 보강해주는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관심과 여유를 가진다면 굳이 한의원까지 발걸음 하지 않아도 스스로 수월하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는데, 그 중 몇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번째, 마음의 탐욕을 없애 근심거리를 줄이도록 한다. 탐욕은 모든 근심의 원인이 되며, 지나친 근심은 심기를 손상시켜 생활의 의욕을 잃게할 뿐더러, 밝고 긍정적인 심성까지 해치게 한다.
두번째, 흥분과 분노를 줄이도록 하자. 이 두가지 감정은 간의 기운을 과도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어떤 관점에서는 술과 담배보다도 간에 해로울 수 있다. 이로 인해 간에 무리가 가면 가슴이 뛰고, 얼굴에 상열감이 생기는데 심하면 얼굴이 창백해지기도 하며 입술에 경련이나 마비가 온다. 증상이 악화되면 전신이 마비되거나 졸도를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는 모두 간이 상해서 생기는 증상이다.
셋째, 고성을 삼가도록 한다. 말을 많이 한다던지, 고성을 지르면 폐의 기운이 손상된다. 폐는 인체의 모든 기를 주관하고, 특히 외부에서 침입하는 질병에 대한 방어작용을 담당하는 장기이다. 따라서 일상 언어는 경성으로 천천히 말하는 습관을 가지면 폐의 기운을 기를 수 있다.
넷째, 색욕을 삼가하여 정기를 배양하자. 정기가 충만해지면 내부로는 오장육부의 기능이 충실하며, 외부로는 근육과 골격이 튼튼해진다. 무분별한 색욕은 체내의 음기를 고갈시켜 자신의 건강을 보전하지 못하게 한다.
다섯째, 음식은 담백하게 섭취하여 피를 맑게 유지하고, 양과 시간에 있어 절도있게 조절하도록 하자. 기름진 음식은 심장과 관련된 질환들의 주요 발병인자가 되기도 하므로 최대한 담백하고 지방이 적은 음식을 먹어야 위장과 심장을 보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음식이 지니는 다섯가지 맛은 각각 오장의 기운을 함양시켜주기에, 지나치게 강한 맛이나 한쪽으로 그 맛이 치우친 요리를 편식하게 되면 오장의 기운 또한 한쪽으로 치우쳐 병이 나게 된다
여섯째, 과로를 피하도록 한다. 스스로 인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다한 피로는 기력을 손상시키므로, 반드시 적당한 휴식을 취해 기력을 보존하도록 한다.
인체를 보양하고 양생하는 것이 어려운데 반해 질병의 침범은 쉽게 받는다고 하지만, 망가진 균형을 되돌리는 것보다 균형을 잃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따라서 앓고 난 후에 치료를 받는 것보다는 이러한 양생법들을 통해 앓기 전에 미리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지혜있는 행동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