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처

손님 하나 없는 가게엔 피로가 가득한 눈으로 축 늘어진 몸을 비스듬히 의자에 의지한 채 그녀가 앉아 있었다. “요즘 사업은 어떠세요?”라고 물으니 “별로예요. 그래도 전엔 손님이 있었는데 요즘 이런 장사 하는 곳이 여럿 생기다 보니 힘들어요.”라고 하였다. 오랜만에 그곳을 지나다 들른 그녀의 가게엔 온갖 비타민을 비롯하여 옷, 화장품 같은 물건이 진열되어 있었다.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두 여자가 가게로 들어섰다. 그러자 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손님 중 한 여자는 입술 사이에 이쑤시개를 물고 있었고, 다른 여자는 팔짱을 낀 채 가게 안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이 뭐 특별하게 물건을 사야 할 이유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가게 주인은 물건 하나라도 팔려는 모습으로 생글거리며 “뭐 찾으시는 게 있으세요?”라며 손님의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 그러자 팔짱 낀 여자가 가게 안에 진열한 물건 상자를 다리 정강이로 툭~치며 “이거 얼마예요?”라고 물었다.

 

분명히 그곳에 물건값이 적혀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못 보았는지 물건값을 물었다. 그러자 주인이 “네, 제가 30% 싸게 해 드릴게요.”라고 말하고 있을 때 이쑤시개 여자가 한쪽 구석에서 다른 물건을 가리키며 “여긴 물건이 좀 비싸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팔짱 여자가 그곳으로 다가가 “그래 좀 비싸지?”라고 대꾸하는 모습을 보며 주인 여자가 “저희는 다른 데 보다 더 비싸게 팔지 않아요.”라며 어떻게 하든 물건 하나 팔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자 팔짱 여자가 다른 물건을 다리로 툭~치며 “이거 얼마에 줄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주인 여자가 급하게 그곳으로 달려가 “이것 $100인데 30% 할인해서 $70에 드릴게요.”라고 하자 “다른 데 가면 $50달러에 살 수 있는데 그냥 $50달러에 주세요.”라고 하였다.

 

주인은 난감한 표정으로 “그렇게는 안 돼요. 그렇게 하면 저희는 남는 게 하나도 없어요.”라고 하자 “전에 다른 곳에서 $50에 샀어요. 그러니까 $50에 주세요.”라고 하자 주인 여자가 “그럼 그쪽에 가서 사세요.”라고 하자 두 여자는 그냥 가게 밖으로 나가 버린다. “싸게 해 주는 데도 더 싸게 해 달라고 하니까 어떤 때는 짜증 나요.”라고 말하며 자리에 앉는 주인의 얼굴이 더 피곤함에 싸여 보인다. 둘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그 여자 둘이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한 여자는 아직도 이쑤시개를 입술 사이에 쑤셔 넣고 있었고, 다른 여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가게 안으로 오더니 “그거 그냥 $50에 주시면 살게요.”라고 하였다.

 

나는 두 여자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저 여자는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싸면 안 사면 될 것을 왜 굳이 그것을 싸게 사려고 애쓰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주인 여자가 “그렇게는 팔 수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돌아서자 하는 수 없었는지 그 여자는 “우리 시어머니 생신에 선물로 드리려고 했는데 그럼 할 수 없지요. 주세요.”라고 하며 그제야 지갑을 연다. 주인 여자는 오랜 실랑이 끝에 겨우 물건 하나를 팔 수 있었다. 그때 이쑤시개 여자가 “좀 싸게 해 주면 우리 앞으로 자주 올 건데 너무 비싸면 손님이 오겠어요?”라며 핀잔 아닌 비아냥 같은 소리를 내 지른다. “너무 그렇게 싸게 달라고 하면 손님 오는 것 좋아할 가게도 없을 것 같은데요.”라며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엉뚱한 발언 한마디가 튀어 나왔다. 그러자 두 여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은데 누구시죠?”라고 묻는다. “그런 것까지 아실 필요는 없고 $100도 안 되는 물건 하나 가지고 그렇게 힘든 실랑이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가게를 나와 버렸다.

 

물론 사는 사람은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는 것, 하지만, 비싼 명품 메이커 가방을 두르고 명품 구찌 구두를 신고 비싸게 보이는 옷을 입고 보석을 주렁주렁 단 팔짱 여자와 이쑤시개 여자는 그렇게 비싼 명품을 살 때도 비싸니까 깎아달라고 했을까? 아닐 것이다. 그들은 그보다 더 비싼 명품을 사기 위해 더 비싼 백화점을 싸돌아다녔을 것이다. 주인은 가끔 사 간 물건을 다시 가지고 와서 환급해 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도 있다고 하였다. 그것도 물건 상자는 다 뜯어진 상태, 안 된다고 하면 화를 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때도 있다고 했다. 사람들의 심리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 왜 굳이 남의 마음에 상처까지 주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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