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열매를 만들어 보자

요즘 들어 부쩍 ‘노인 아파트 신청’에 대해 많은 문의가 들어온다. “자식하고 사는데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네요.”라고 말하며 “빨리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가 있을까요?”라고 묻는 노인의 말을 들으며 뇌경색 판단을 받았을 때 “당신은 99% 식물인간이 될 겁니다. 만일 굉장히 운이 좋아 기적같이 깨어난다 해도 당신은 심한 중풍 환자가 될 겁니다.”라고 했던 의사의 말이 생각난다. 그렇게 노인 아파트나 정부아파트는 정말 기적 같은 행운이 온다 해도 2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보통 3~4년을 기다려야 입주할 수 있는 곳이 노인 또는 정부아파트이다. “제가 그때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말 답답합니다.”라고 말하며 한숨 내쉬는 노인의 얼굴에 실망이 잦아들었다. 우리 노인들도 이제는 알아야 한다. 자식과 함께 영원히 같이 살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어떤 부인이 “노인 아파트는 신청하지만, 자식이 알면 난리가 나요.”라고 했을 때 나는 이런 말을 하였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누구도 장담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나의 마음과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자 여인이 “그래도 우리 자식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아요. 제가 믿어요.”라고 대답하였다.

 

 

절대 그럴 것 같지 않은 믿을 수 없는 일이 우리 앞에 매일 등장한다. 우리는 ‘어떻게 이럴 수가’ 라고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이미 일은 터진 후이다. 수습하려고 해도 이미 터진 일을 쉽게 마무리할 수 없는 일을 우리는 매일 보고 느끼며 살고 있지 않은가, 앞으로 정말 그런 일을 겪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아파트를 신청할 나이가 되었을 때 미리 노인 아파트 또는 정부아파트를 신청해 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나중에 노인 아파트가 나왔을 때 굳이 입주해야 할 까닭이 없다면 거절해도 괜찮으니까. 그러나 이렇게 급하게 아파트를 신청하게 되면 앞으로 아파트가 나올 때까지 몇 년 동안 그 스트레스 속에 살아가야 한다. 노인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요즘은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무슨 일로 자식과 갈등이 생겼는지 알 수 없지만, 현재 노인 아파트 나온 곳도 한 군데밖에 없어요. 그곳이라도 신청해 드릴까요?”라고 했을 때 노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노인 아파트에 살던 노인은 자식의 권유에 못 이겨 그만 아파트를 떠나 자식 집으로 들어갔다고 하였다. 그러나 혼자 살다 누구와 부딪히며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들어간 그 날부터 거의 2년 동안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고 하였다. “내가 왜 그리 어리석었을까 생각하지만 지금 와서 되돌릴 수도 없고 너무 기가 막힙니다.”라고 하였다. “자식이 아니라 원수예요. 차라리 노숙자로 사는 게 더 편할 것 같아요.”라는 말하는 노인, 나는 이제 더 할 말이 없건만, 노인은 쉽게 일어서려고 하지 않았다. 갈 곳은 있되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고, 정말 갈 곳 없는 노숙자처럼 하염없이 앉아 있을 수도 없는 곳, 노인은 정말 절망스러운 모습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것도 운명인가 봅니다. 제 팔자가 이것밖에 안 되니 어쩌겠어요.”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노인은 유유히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누구 말대로 “자식 없는 팔자가 상팔자”라고 하더니 적절하게 쓸 수 있는 말이 이럴 때인 것 같다. 버릴 수도 없고 끌어안을 수도 없는 자식, 그 자식을 보며 희망을 품었고 그 자식을 보며 온갖 정성과 사랑을 쏟으며 살아왔건만, 이제 나이 들어 늙고 보니 사랑 하나로 살았던 수많은 세월이 희망은 절망으로 변해버렸고, 사랑이 아닌 원수가 되어버렸다. 영화를 보자고 자식을 낳아 키웠던가, 자식을 키워 명예를 보자고 키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너와 나, 부모와 자식으로 남고 싶은 단 하나의 소망이었건만, 어버이의 마음에 상처와 아픔만을 남겨주는 자식이 그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이제 서서히 새색시처럼 찾아온 아름다운 봄이 물러가고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뜨거운 여름은 다가오는데 노인의 마음은 엄동설한 꽁꽁 언 추운 겨울 같은 마음이 되어있었다. 이제 나이 들어 늙은 부모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니던가, 나의 자식에게 쏟는 사랑보다 더 진한 사랑으로 키운 나의 어버이, 꽁꽁 얼어버린 부모에게 따끈한 차 한잔 같이 마셔주면 얼마나 좋으리. 그래서 너와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사랑의 열매를 만들어 주었으면 정말 좋겠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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