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불외곡 (臂不外曲)

비불외곡 (臂不外曲)이라고 했다. 즉, 팔은 밖으로 굽지 않으며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뜻이다. 시비(是非)를 떠나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 정이 쏠리기 마련이라는 말, 평창에서 열리고 있는 올림픽을 보면서 아직 메달 한 개도 따지 못한 북한을 보면서 “메달 한 개라도 따 가야 할 텐데”라는 마음인데 비해 한국을 바짝 뒤쫓아 오는 일본을 보며 “절대 일본에 지면 안 돼”라고 중얼거리는 나를 본다.
총칼을 겨누며 대치상황에 처해 있는 북한이지만 그래도 우리의 민족이 아니었든가. 어떤 사람이 “문재인은 빨갱이예요.”라고 하기에 “왜요?”라고 묻자 그는 “문재인 가족이 다 이북 출신이잖아요.”라고 한다. ‘빨갱이’라는 말은 ‘공산주의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대통령이 빨갱이인지 흰둥이인지 그것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아니었든가. 특히 우리도 남의 나라에 와서 사는 이민자가 아닌가, 막무가내로 우리나라 대통령을 속되게 말하는 것도 우리는 자제해야 한다. 만나는 많은 사람이 “저 사람은 빨갱이예요.”라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나는 그런 말이 싫다. 그렇다고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이 무슨 대단한 정치인도 아니고 우리나라를 위해 특별하게 일하는 그런 사람도 아닌 그저 그렇고 그런 저 먹고 살기어려워 찾아온 사람일 뿐인데 사람이 듣지 않는다고 내뱉는 그런 말은 들어주는 사람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기보단 신뢰감을 상실하게 만드는 말뿐이다.
가끔 지쳐가는 내 모습을 본다. 찾아와서 “우리나라는 이제 망했어요. 저런 빨갱이가 대통령을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겠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그럼 한국 가서 대통령 하시면 되겠네요.”라고 하자 “제가 그럴 자격은 없고 그저 국민으로서 한심스러워하는 말입니다.”라고 하였다. 나에게 대통령 이야기를 하려고 온 것도 아니고 지금 자신의 처지가 궁핍하여 도움을 청하러 온 사람이 대통령을 탓하고 있으니 내가 봐도 우리나라가 한심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내 몸과 마음이 먼저 피곤해진다. 어떤 사람은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다니 한국에 인물이 없어요.”라고 하기에 “그럼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할까요?”라고 묻자 “글쎄요. 사실 누가 되어야 할지 저도 모르겠어요.”라고 하였다. 누구 말마따나 먹고 할 일 없으니 그저 하는 말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조국의 대통령 흉을 보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닐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였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의 조국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까발리고 있는 것은 나의 얼굴에 먹칠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가. 잘하는 것은 손뼉을 쳐 주고 못 하는 것이 있으면 그를 위해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해 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 나가 살까 생각했는데 대통령이 하는 것 보니 한국 나가서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입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럼 대통령 바뀌면 나가시지요.”라고 했더니 “글쎄요. 그럼 괜찮을까요?”라고 한다. 괜찮을지 안 괜찮을지 그건 내가 모르겠지만, 그건 또 그때 가 봐야 알 수 있는 일뿐이다. “다음엔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아요?”라고 묻기에 “절 찾아오신 일이 그게 궁금해서 오셨나요?”라고 하자 “그냥 궁금해서 그럽니다.”라며 허허하고 웃는다. 내 자식은 잘못해도 해명할 말이 많이도 있건만, 남의 일엔 하나의 양보도 없다. 내 자식이 잘한 일은 동네방네 떠나가도록 자랑스러워하고 잘못을 했다 해도 용서가 되는데 남의 일은 자랑도 없고 용서도 없는 것은 이제 팔이 바깥으로도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아무리 밖으로 굽혀 보아도 팔은 절대 밖으로 굽지 않건만 마음이기에 밖으로도 안으로도 굽히고 돌아가는 것인가 보다. 반가운 마음으로 만났을 때는 기쁜 마음으로, 헤어짐도 역시 기쁨으로 가야 하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빨갱이 타령을 하고 있으니 그런 타령을 듣기보단 아예 굼벵이 타령 한 곡조 듣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할 것 같다. 비불외곡(臂不外曲), 그래도 우리나라 대통령이고 가까이는 우리의 형제인 그를 탓하기보단 그를 위해 우리 조국을 위해 따뜻한 기도 한 마디가 더 아름다움으로 남아 있을 법도 한데 웬 빨갱이 탓인지 마음이 피곤하다. 이왕이면 “대통령이 잘 할 수 있도록 우리가 기도 많이 해줘야 해요.”라는 말을 들을 수만 있다면 상을 주고 싶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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