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계의 중용(中庸)

중용(中庸)의 덕. 백과사전에는 이를 “사람은 누구에게나 인간적 욕심과 도덕적 본성이 함께 내재되어 있어,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인간적 욕심이 없을 수 없으며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도덕적 본성이 없을 수 없는데, 두 마음을 다스리는 이치가 중용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현실을 사는 우리는 덕(德)만 추구할수도 없고, 실(實)만 추구해서도 안된다. 가끔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빨리 다시 중용의 위치로 돌아오는 노력을 해야한다. 부정부패, 사기, 권력남용은 너무 실(이익)에만 치우친 결과이고, 이념주의, 금욕주의, 테러리스트 혁명등은 덕(사상)에만 치우친 결과이다. 더구나 사람들은 거울 없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자신의 얼굴에 무엇이 묻었는지를 볼 수가 없다. 자신이 실에 치우쳤는지, 덕에 치우쳤는지는 타인들의 눈으로 더 잘 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자신의 주변에 아첨꾼들만 있다면 결국 아무도 실상을 알려주지 않을것이다. 역사적으로 좋은 의도로 시작한 지도자들이 종종 독재자로 전락하는 이유는, 주변에 아첨하는 사람들이 진언을 하는 사람들을 밀어냈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개개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재정 결정이다. 근본적인 목적은 부동산 매매를 통해서 최대의 실(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부동산 매매의 중용은 현실과 이익의 밸런스이다. 모든 셀러는 최고가로 주택을 팔고 싶고, 모든 바이어들은 최저가로 구입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최고가와 최저가의 가격차이가 현실이다.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손님들에게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첨 하는 간신들이 넘치는 조정에서 입바른 소리를 하는 충신은 귀양가는 사례가, 인정받는 사례보다 많기 때문이다. 손님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많은 에이전트들이 입바른 소리보다는 아부의 소리를 들려준다. 현재 손님이 없는 에이전트는 아무리 허상을 제시해도 손해가 날 것이 없다. 이미 손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감언이설로 손님들을 혼란시킨다. 반면에 손님에게 이미 고용된 에이전트는 손님을 다른 경쟁 에이전트들로 부터 지켜야 한다. 그리고 손님과 에이전트의 관계에 신뢰가 없다면, 손님의 기분을 상하지 않는 말만 하려 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손님들은 아첨하는 간신들에게 둘러 쌓이게 된다. 자신의 집이 팔리지 않는 이유나 자신이 원하는 주택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면, 거울을 보여주려는 에이전트가 주변에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경험과 학력을 갖고 서로 경쟁하는 다른 업종들과는 달리, 부동산 에이전트 업계는 황야의 개척시대를 연상시킨다. 경영학석사, 변호사, 회계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부동산 에이전트로 활동하는 에이전트들부터 고교중퇴, 신용불량자, 주말 에이전트까지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경쟁과 마케팅이 자신들의 관점만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전 어느 에이전트는 “변호사 출신이 최고의 부동산 에이전트가 된다”라고 자신의 변호사 자격증을 과시하는 광고를 보았다. 또 어느 에이전트는 “저에게 오는 손님은 무조건 집을 팔아 드립니다.”라고 광고하는 것도 보았다. 자신의 경험과 스펙이 화려하면 그것이 마케팅의 소재가 될 것이고, 내세울 것이 별로 없으면 허상으로 승부를 할 것이다. 탁월한 협상능력, 폭 넓은 마케팅과 네트워크등을 제공하면서 수수료는 아주 싼 에이전트를 찾고 싶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진실을 확인하는가에 달려있다. 에이전트가 스스로를 위해서 일하는 지, 소비자를 위해서 일하는 지를 알아야 한다. 그 유일한 방법은 대화와 경험을 통한 신뢰이다. 사람은 겪어야만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에이전트들이 거울을 보여주는 이유가 모욕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커미션을 빨리 챙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용의 덕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라는 신뢰가 있다면, 주택매매는 너무도 쉽고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