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1) -나는 왜 아픈걸까

나는 분명히 아픈데 검사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대요
‘분명히 여기 저기 불편하고 이전과 비교해도 확연히 정상은 아니라 느껴지는데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에서는 그냥 신경성이래요.’,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런 경우 한의학적으로는 신장에 문제가 있다는데 병원에서는 신장에 아무 문제 없대요.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요?’
임상을 하다보면 이처럼 분명하게 본인은 자각할 수 있는 이상증상이 있지만, 병원에만 가면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며 혼란스러워 하는 환자들을 자주 마주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병원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으니 나는 정말 건강하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대체 왜 내 건강한 몸은 이렇게 아플까? 혹시, 병원검사에서 나타나지 않는 좀 더 은밀하고 심각한 질병을 지금 내가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와 같은 고민과 걱정을 한아름 안고 한의원을 찾는데 대체 왜 나는…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도 아픈걸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는데 한번 찬찬히 그 원인을 살펴보자.

 

 

이상이 있는 곳만 들여다 보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을 못 찾는다
우선 본인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몸의 이상증상이 꼭 문제가 생긴 그 곳에서만 나타나질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몸에는 분명히 이상이 생겼는데, 이상이 나타나는 부분을 세밀하게 자세하고 들여다보는 검사법을 시행하기에 병원의 검사법으로는 별 문제가 나타나질 않는 것이다. 현대의학은 보통 비염이 생기면 코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천식이 생기면 폐의 사진을 찍어 살펴보며, 피부에 아토피가 생기면 피부조직을 자세히 검사한다. 그렇게 해서 병의 원인을 증상이 나타나는 자리에서 찾게 되면 즉각적인 치료가 시작되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곳에서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면 검사는 거기에서 중단된다.

 

 

이상이 없는 곳도 들여다 봐야 문제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서로 비슷한 역할을 하는 다른 조직들을 하나로 묶어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접근법을 취하는데, 이는 같은 역할을 하는 조직은 생리학적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한의학의 독특한 장부론에 의거하기 때문이다. 서로 같은 기능과 역할로 연결된 조직은 그 자체를 하나의 장부로 보기에 피부에 이상이 생긴 환자의 호흡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비염으로 고생하는 환자에게 기침을 자주 하는지를 묻는 식이다. 즉, 코에서 나타나는 비염 증상이나 피부에 나타나는 병변의 원인을 폐에서 찾는 것이다. 이는 마치 숙련된 정비공이 머플러에서 나오는 매연의 원인을 찾기 위해 머플러가 아닌 엔진을 들여다 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많은 경우, 우리 몸에 생긴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해 이상이 전혀 없어 보이는 곳을 들여다 봐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찾아지지 않는다면 없는 것이 아니라 크지 않은 것이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병의 초기 단계에서는 보통 병의 원인이 되는 부분과 증상이 나타나는 부분이 서로 일치하지 않을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가, 점점 병이 진행되면서(퍼지면서)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진다고 본다. 그러니 병의 초기 단계에서는 오히려 증상이 나타나는 부분을 중심으로 세밀한 검사를 진행하는 현대의학식 진단법이 더 많은 것을 놓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즉, 병원검사에서는 나타나는 이상이 없다고 해도 느껴지는 이상증상이 있다면, 그것을 ‘나는 정상이고, 이 증상은 가짜구나’ 라기보다는 ‘병이 아직은 심각하지 않구나’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더 맞다. 찾아지지 않는다는 것은 없다는 증거가 아니라, 크지 않다는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