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GO)과 골프(GOLF)의 공통점

복기 (復棋). 대국이 끝난 후 함께 시간을 내어 서로의 수를 처음부터 다시 놓아보며 승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승자와 패자가 서로를 통해 배운다는 진지한 방법의 역사이다. 그러나 “승자는 기쁨에 들떠있고 패자는 억울함과 분함으로 괴롭다. 이를 억누르고 차분한 마음으로 복기를 하기란 참으로 힘든 게 사실이다”라고 조훈현도 털어놓았다.

 

어떨 땐 2시간 이상이나 앉아서 다시 한 수씩 돌을 놓는다. 바둑을 처음 시작하면 18급이라고 하는데, 그 18급도 안되던 나는 2016년 여름,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결을 계기로 바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바둑 기사들이 복기하는 모습을 보다 내심 그 많은 수를 어떻게 다 순서대로 기억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어느 바둑 고수가 한 말을 읽었다. “한 수 한 수 고민하고 의미를 부여해 뒀을 때는 쉽게 기억이 납니다”라고.

 

그런데 얼마 전 골프관련 기사를 읽다가 이와 비슷한 말을 하는 프로골퍼의 인터뷰를 읽었다.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이 골퍼는 대회 중 자기가 친 거의 모든 샷을 정확하게 기억해 낼 수 있으며 그 때 잡은 클럽 넘버와 바람의 방향, 거리, 그린의 브레이크가 어떻게 읽혔는지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고 했다. 흔히 주말 골퍼들이 라운딩이 끝나고 자장면을 먹으며 밀어쳤느니 당겨쳤느니, 아이언 실수가 많았느니, 드라이버 슬라이스가 났느니 하며 “썰”을 푸는 정도를 넘어서는 기억력을 얘기한다.

 

그 우승 골퍼는 매일 밤 자기 전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머리 속으로 골프코스를 그리며 경기하고 있는 자신을 생생하게 리플레이한다고 했다. 중요 경기 전 한 달 전부터는 머리 속으로 모든 샷을 그리며 집에서 네트로 연습한다고 한다. 경기가 끝나고 오면 다시 한 홀씩 되돌아보며 (즉 “복기”하면서), 왜 15홀 세컨샷에서 그 클럽을 선택했는지, 미스 샷 직후에 마음이 얼마나 흔들렸는지, 왜 급경사에서 온 그린을 욕심 공략했었는지를 돌이키고 자신의 실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성찰한다고 한다. 이 정도의 열정과 몰입도이면 모든 샷이 기억이 나는 것도 억지는 아닌 듯 하다.

 

고객 중 꽤나 잘나간다는 사업체 경영자들일수록 세금 문제로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다. 왜냐하면 사업이 잘 될수록 세금 “따위” 문제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벌어서 갚으면 되지 하시며 벌여놓은 실수를 덮고 넘어가기에만 급급해 하다보면 꼭 필요한 순간 세금문제로 발목이 잡히는 일이 생긴다. 수 년 간의 모든 관련 IRS Transcripts를 모조리 뽑아서 펼쳐놓고 분석해서 앞으로의 방향과 해결방법을 맞춤형으로 짜다보면 더 많이 벌기보다, 벌어진 문제 올바로 해결하기, 이미 가지고 있는 것 다지기가 중요함을 알게 된다.

 

유명한 이창호 기사의 바둑 격언이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든다.” 자신의 치부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아플수록 복기하라. 패자가 승자보다 더 많이 거두는 시간이다. 닭장 안에서 기술적인 완성도만을 높혀 감당하기에는 골프도, 사업도, 인생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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