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운명

살다 보면 가끔 미쳐버릴 것만 같은 절망이 찾아들지만, 살다 보면 너무 아름다운 행복에 겨워 더는 바랄 것 없을 만큼의 기쁨도 찾아들기 마련이다. 그녀는 보험 없이 살다 보니 병원을 갈 수 없었다. 당뇨가 심해지면서 합병증이 찾아들었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남편의 권유로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한국으로 떠났다. 거의 일 년 동안 한국에 머무르다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그녀는 이미 이혼녀가 되어있었고, 집도 이미 남편의 명의로 변경되었고 남편도 딸도 만날 수 없었다. 남편과 딸의 전화번호도 바뀌어 버렸고 집을 찾아갔지만, 아무도 만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어 지하실 방을 얻어 살고 있지만, 그녀는 이미 돈도 다 떨어져 방세가 밀려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라고 나에게 묻지만, 내가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변호사 선임’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변호사에게 건네줄 돈도 없었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인해 그녀의 병은 더 심해졌고, 눈도 보이지 않아 가까운 거리도 볼 수 없었다. 일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녀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곳도 없다고 했다. 그녀의 사연을 들으면서 청천벽력이 있다면 이런 경우가 아닐까 한다.

 

 

남편은 무슨 이유로 아내의 곁을 그렇게 떠나버렸을까? “이혼도 좋아요. 그러나 나에게 단 얼마라도 준다면 깨끗하게 포기하고 살겠는데, 만날 수 있는 길이 없어요.”라고 하소연하는 그녀, 딸이라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딸의 연락처도 바뀌어 버린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으나 그런 사연까지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그녀는 다음 달 내야 할 방세 걱정으로 뜨거운 눈물 한줄기가 맺힌 그녀의 안타까운 사연이 가슴을 적시게 한다.

 

 

 

어린 나이에 남편을 만나 일찍 결혼한 아내, 네 명이나 되는 아이들 다 키우고 이제 은퇴할 나이가 되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우리 이혼하자.”라며 이혼 장을 내밀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여자가 생긴 것 같아요. 그래도 그렇지 지금 이 나이에 이혼한다는 것이 창피하고 또 너무 억울해요. 이 나이까지 죽도록 고생하며 일한 죄 밖에 없어요.”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그럼 남편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하세요. 그리고 위자료 청구하세요.”라고 하자 “집값도 아직 더 갚아야 하고 집 잡히고 돈도 많이 갖다 써서 그럴 수도 없어요.”라고 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있자니 나오는 건 한숨뿐이다. “아이들은 모두 성장하여 결혼하여 뿔뿔이 흩어져 잘살고 있는데 그렇다고 아이들 집에서 살 수도 없고 어찌하면 될까요?”라고 말하는 여인, “자식들은 뭐라고 해요?”라고 물으니 “아버지와 엄마의 일인데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네요.”라고 한다. 그것은 맞는 말이다. 부부의 삶은 부부가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 그동안 두 부부가 쌓았던 아름다운 그 많은 추억을 한 장씩 꺼내 보며 노년을 보내야 할 그 나이에 절망과 슬픔을 가슴에 안아야 하는 그 인생살이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느덧 무심하게 흘러가 버린 세월, 그들에게 남은 것은 아름다운 추억의 동반자가 아닌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원수가 되어버렸고 아픔과 절망을 안고 노년을 보내야 하는 슬픈 인생이 남아있을 뿐이다. “지금 노인 아파트 신청하면 언제 나올 수 있을까요? 지금 이혼해도 당장 갈 곳이 없어요.”라는 여인, 집에 돌아온 아내는 집에 갈 수 없었고, 만나고 싶은 남편도 딸도 만날 수 없는 여인과 어느 날 갑자기 떠나겠다는 남편 때문에 갈 곳을 잃은 여인.

 

 

 

평생 남편만을 의지하고 믿으며 살았던 두 여인의 운명이 바뀌어 버렸다. 가자니 갈 곳이 없었고, 머무르자니 가라고 밀어내는 남편 때문에 슬픔만 가득한 인생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억울하다는 두 여인의 사연은 오직 그녀들만 간직한 사연이 아닐 것이다.
아직 젊은 남자는 “오래전에 이혼했어요. 다른 남자가 더 좋다고 해서 이혼하고 아들하고 살고 있어요.”라며 “두 번 다시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라고 했다. 그는 얼마나 많은 상처를 안아야 했기에 지금까지 다른 여인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까? “그래도 아들이 잘 자라 주어서 그것을 보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라는 그의 모습에선 아픔이 아닌 행복이 보였다. “그래요. 아내 또는 남편이 있다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오늘 하루 기쁘게 행복하게 그리고 보람되게 사는 게 행복입니다.”라고 하자 “맞아요. 상처를 받기보단 이렇게 사는 게 훨씬 좋습니다.”라며 밝게 웃는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www.ykcs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