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따라 해안선 따라… Canes Head Coastal Trail (2)

특히 이 길을 걷기 위해서는 물때를 잘 맞추어야 하는데 5km의 해안선 길이 자칫 조수가 최고점에 달하면 길이 없어지고 육지 쪽은 절벽구간이라 피할 곳이 없어 조난의 사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통과할 때는 항상 항해 예보를 확인하고 조수 간만의 차를 잘 숙지하고 통과해야 합니다.
기나긴 길 다시 돌아오기 무료하다 여겨지면 여름날에는 수상 택시가 운행되니 그 배를 타고 돌아오거나 아니면 그 배를 타고 가 산행을 시작하여 돌아 나오거나 하는 특별한 재미가 있는 트레일이기도 합니다.

은근히 경사가 있는 오래된 숲길을 걷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간혹 작은 폭포가 되어 내리기도 하고 그 물이 범람하면서 길들을 유실시켜 지층의 속살이 드러난 곳도 있습니다.
아직 충분히 자라지 못한 상록수들은 기나긴 겨울 동안 지고 살아온 눈의 무게에 눌려 모두들 등이 휘어져 있습니다.
삶의 하중이 얼마나 가혹하도록 무거웠었는지 알 수 있는 증표입니다. 언뜻언뜻 보이던 바다가 제법 인심을 쓴다 할 즈음에 길이 급격히 구부러지며 내리막길로 변하는데 특이한 것은 도랑마다 걸쳐놓은 나무다리를 그물로 감싸두어 미끄럼을 방지했다는 것입니다. 고무를 이용하지 않고 바다의 나라 알래스카 만이 갖는 특별한 방식이라고 여기게 되는데, 그 물기 먹은 이끼들을 밟고서도 거뜬한걸 보니 그 성능은 아주 뛰어납니다.

조심스레 이리저리 돌아 내려오니 시야에 한가득 펼쳐지는 이 넉넉한 풍경. 맑은 빙하수는 바다로 흘러가고 고사목들이 두서없이 서있는 그 아래에는 억새풀들이 황금물결을 치고 있고 어깨동무를 한 산들이 머리에는 흰 눈을 이고 끊이지 않는 선을 만들어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다시 숲으로 들어서면 기이한 장면에 시선을 고정시킬 수밖에 없는데 나무들 마다 무슨 선인장처럼 두텁게 이끼들을 입고 있습니다. 나무며 바위며 땅이며 하늘이며 온통 오래된 선태식물인 이끼들이 전체를 덮어버려 도저히 현실이라 여길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곳을 지나는 뱃사람들도 이런 빼어난 풍경을 바라보며 고된 뱃길의 위안으로 삼았을테고 만선의 기쁨을 가득 싣고 돌아올 때에도 이 너울대는 억새와 바람 넣어 춤추는 풍선인형처럼 팔을 흔들어주는 이끼 입은 거목들의 환대를 받고 얼마나 우쭐하고 환희에 넘쳤을까?

물소리를 따라 걷는 길. 파도가 그어주는 선을 따라 걷는 길. 오늘 내가 걸어야 할 길이 해안선 따라 뚜렷이 보입니다.
모래톱을 걷습니다. 모래라기에는 뭣한 검은 모래자갈 길. 검은 돌들이 파도와 바람에 깎이고 세월에 마모가 되어 거친 모래가 되었습니다.
떠 내려와 붙박이가 되었는지 본시 그 자리에 있다 죽어버렸는지 도통 알 수 없는 고사목들이 해안선에 가득하고 저기 저 건너 편에는 빙하가 녹아 폭포수가 되어 떨어지니 더욱 신비롭고 초현실적인 풍치를 만들어 줍니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