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에게 명의를 빌려드려도 되나요?

Q: 저희 교회 목사님이 유아원을 운영하고자 하십니다. 하지만, 목회자라서 이름을 내세우고 싶어 하지는 않으십니다. 그래서 제게 사장직을 맡아달라고 하시네요. 물론 회사 이름도 제 이름으로 하고요. 하지만, 투자와 운영은 목사님이 하시겠다고 하십니다.
영리사업이다 보니, 목사님이 전면에 나서긴 불편하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수익금으로 교회 재정을 충당하고, 교회 신도들에겐 할인된 가격으로 유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시네요. 저는 목사님에게 처음 이민 왔을 때 여러 번 도움을 받았고, 요즘도 목사님을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제 명의를 빌려준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겠지요? 어떻게든 목사님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A: 신이 먼저인지 인간이 먼저인지는 계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 만큼이나 오래된 질문이요 누가 답하는냐에 따라 답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믿음이 있는 자는 당연히 신이 먼저라 할 것이요, 믿음이 없다면 당연히 신은 인간이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고 하겠지요. 무신론자는 인간이 없다면 신도 없다고 하겠지요. 더 심한 경우엔, 신은 인간의 상상력 안에서만 존재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요. 여하튼, 신을 믿느냐 안 믿느냐 하는 것은 사실 질문하신 내용에 대한 답하고는 그다지 관계가 없습니다.

 

 

우선 중요한 것은 목회자는 신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도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신은 조건 없이 믿어도 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목회자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목회자가 사업을 계획하고, 투자, 운영할 때는 믿음으로 따라선 안됩니다. 목회자는 믿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굳이 목사님과 사업을 함께 해야 한다면, 그분을 목사로서 대하지 말고 사업 파트너로 대해야 합니다. 이름을 빌려주신다면,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질문하신 분이 지분을 모두 소유하게 되는 것인지? 세금은 누가 내는 것인지? 수익금은 나누는 것인지, 아니면 월급을 받는 것인지? 이런 문제들을 짚어가다 보면 역시 목회자는 사업 파트너로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실 겁니다. 목회자는 신과 동격이 아닙니다. 사업체에 문제가 생기면 질문하신 분에겐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도시락을 싸서 따라다니며 말리고 싶네요.

 

 

 

문의 703-333-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