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바위 사이로 세월을 더듬어. 제주도 계곡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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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제주의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어제와는 전혀 다른 미풍이 간지럽히고 지나고 인애로운 아침햇살이 부드러운 아침입니다. 근육통에 일그러진 표정과 절뚝거림으로 나타내려니 한 상상을 허물고 모두들 생기발랄하게 굿모닝을 외침니다. 간만의 장기간 산행이었어도 기본 체력 탓인지 원기들이 왕성합니다. 이어질 지리 종주 2박 3일의 일정을 무난하게 소화시키기 위해 스트레칭이 필요하고 그래서 서너시간의 계곡 트레킹을 하기로 했습니다. 몰래 숨겨놓은 비밀스런 곳. 원앙폭포가 내리는 계곡에서 원시 자연의 모습을 보게됩니다. 아침은 성게와 조그만 소라같은 보말을 함께 우려낸 육수로 끓여낸 시원 맛의 미역국입니다. 식성에 딱 맞으니 게걸스런 식사로 절로 힘도 넘쳐난답니다.

열어둔 차창으로 싱그러운 바다바람이 들어옵니다. 그 바람에 더욱 영글어가는 제주 서귀포 감귤. 노랗게 주저리주저리 열린 과실들이 참으로 탐스럽습니다. 목적지에 당도하니 탐방로 보수 공사로 진입이 불가합니다. 주로 이 원앙폭포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 가면서 트레킹을 즐기는데 온갖 기암 괴석들의 모양새와 거울처럼 투명하고 맑은 청정옥수와 어우러진 풍광이 압권입니다. 하는수 없이 좀더 내려가 인도자의 지인이 소유한 감귤농장 사유지에 주차를 하고 폭포를 향해 올라갑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곳이라 길을 내는데 용이치 않습니다. 가다가 물과 절벽에 막혀 되돌아 오기 일쑤.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Pathfinder의 역할도 꽤나 흥미로운 일입니다. 아슬아슬하게 물을 비끼고 높은 바위 벼랑은 뒤에서 떠밀어주고 넓은 개울을 건널때는 손길을 내밀어 주고… 여름이 다시 돌아온 한라산의 한 기슭 계곡에는 인디아나 존스의 후예들이 모험심을 발휘해 동심의 세계로 들어간답니다.

두줄기 폭포가 다정스레 낙하한다하여 지어준 원앙폭포를 지나니 넓은 물 웅덩이가 수영장 처럼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냥 훌러덩 옷을 벗고 뛰어들고 싶은 맑은 물입니다. 충동을 자제하고 모두 신발을 벗고 발만이라도 담금니다. 시리도록 찰것 같던 냇물은 그저 시원하기만 하여 오래도록 족욕을 시키며 간식 나부랭이도 먹고 한담을 풀어내며 한껏 여유로운 시간들을 향유합니다. 한없이 온화한 오늘 날씨에 악몽처럼 떠오르는 어제의 한라산 정상을 벌써 추억으로 변해가는 이야기를 다시 꺼냅니다. 변화무쌍한 섬나라 기후 이야기를 말입니다.

산행을 마치고 관광모드로 전환하여 간단히 중국집에서 전형적인 식사 짜장면과 짬뽕에 탕수육. 양장피를 시키고 고량주 한잔씩 나눕니다. 정통 화교 출신의 주인장이 제법 솜씨를 발휘합니다. 그런뒤 제주의 명물을 찿아 관광을..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아시아 유일의 정방폭포. 육각형의 바위 기둥이 기묘한 주상절리. 이제는 초라하게 까지 여겨지는 용두암. 평화롭게 항해하는 아득한 선박들이 있는 바다 풍경. 마지막으로 모슬포 항 방파제에 올라 석양을 봅니다.예쁜 등대가 있는 부두에서 마음의 연락선을 띄어도 봅니다. 멀리 태평양 건너 있는 그리운 사람들에게도요.. 소화도 아니되었는데 또 저녁을 먹잡니다. 항구 후미진 곳 영미네 식당에서 활 고등어회를 먹어봅니다. 배우 유오성씨며 김영옥씨며 제법 공인들이 다녀간 소문난 곳이랍니다. 참기름과 깨로 비빈 밥을 떠서 김위에 놓고 그 위에 고등어 회 한점에 야채소스를 곁들여 싸먹는 제주의 맛. 향긋한 바다 내음이 입안에 가득합니다. 영미씨! 한라산 소주 한병 더요! 외침이 잦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