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과 건강(I) – 땀만 많이 흘려도 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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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건강(I) – 땀만 많이 흘려도 병인가요?

사람들은 날이 더워지면 땀을 흘린다. 때로는 흘리는 땀의 양이 지나쳐 불쾌할 정도라고 하더라도, 흘리는 땀 만큼만 수분을 다시 섭취해주면 우리의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이는 ‘땀을 흘리는 행위’자체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신체 대사 활동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땀을 질퍽하게 흘리고 나서 시원한 물 한잔만 마셔주면, 그 전보다 몸이 더 가볍고 상쾌해 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땀을 흘리고 난 후 몸이 오히려 무거워지고 지치면서 불쾌한 기분을 느낀다면 그 때는 다시 한번 몸의 상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몸의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땀을 흘릴 때는 그 결과로 우리 신체의 불필요한 체액과 체열이 배출되면서 몸의 균형이 잡히면서 가볍고 상쾌한 상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땀을 흘려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땀을 흘리게 되면, 그 결과로 오히려 우리 몸에 필요한 정기와 체액이 쓸데없이 소모되어 몸의 음양 균형이 깨어지므로 더욱 피로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땀을 흘려야 할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땀을 흘리는 상태를 의학적으로 ‘다한증’이라고 한다.

그리고 보통의 다한증은 그 자체로 당장의 치료를 요하는 응급한 경우 보다는, 별것 아닌 것처럼 시작해서 점점 우리 몸의 균형을 깨뜨리다 결국에는 우리 몸의 다른 부분에까지 이상을 일으키는 만성병의 경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딱히 온도의 변화와 같은 다른 특별한 자극 없이 많은 양의 땀을 흘리거나, 신체 일부에 국한된 땀 흘림이 지속된다면 마땅히 그 원인을 찾아 치료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땀을 진액(인체의 영양물질)의 구성성분으로 보며, 인체의 대사작용에 따라 증화된 진액이 땀구명을 통해 체표로 배출되는 현상이라 보았다. 그래서 땀이 나는 시간과, 부위, 그 양상을 잘 관찰하면 각각의 증세에 해당하는 장기의 병적인 상태또한 읽어낼 수 있다고 보았으며, 실체로도 이러한 땀에 대한 분류법은 질병상태의 경중과 생사에 대한 예후를 판단하기 위한 중요한 지표로서 지금도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우선 땀의 종류는 땀을 주로 많이 흘리는 시간에 따라 자한(自汗)과 도한(盜汗)으로 나누고, 땀이 주로 많이 나는 신체부위에 따라 편한(偏汗) 두한(頭汗), 심한(心汗) 수족한(手足汗) 액한(額汗)으로 나누며, 땀의 모양과 성질에 따라 절한(絶汗) 냉한(冷汗) 식후한출(食後汗出) 등으로 나눈다. 이렇게 각각의 땀의 종류를 나눈 것은 각각의 다른 원인에 따라 땀이 나오는 위치와 모양 성질이 변한다고 보는 관점에서 기인한 것으로, 땀의 종류를 구분함이 정확한 질병의 진단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자한은 일반적으로 활동하는 낮 동안에 체내 양기가 허약한 경우 과도하게 흘리는 땀으로, 적은 활동에도 지나치게 땀을 흘리고 지치는 상태를 말한다. 치료는 부족한 양기를 보충하는 것으로 한다.

도한은 체내 음기가 부족하여 야간에 수면 중 땀을 흘리는 것으로, 잠을 깨면 곧 땀나는 증상이 중지되는 경향이 있다. 치료를 위해서는 음기를 보충해야 한다.

편한은 신체를 반분하여 오른쪽 혹은 왼쪽의 어느 한쪽에서 땀이 나는 것을 말하며 주로 중풍 환자의 마비된 반신에서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신체의 오른편에만 땀을 흘리는 경우는 보혈시키고 왼쪽편에만 땀을 흘리는 경우는 보기시켜 치료하게 된다.

두한은 땀이 머리에서만 나는 경우로 인체내 양기의 순환작용에 방해를 받기 때문에 나타난다. 양기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심한은 심장 부위에서 특히 땀이 많이 나는 것으로 심장에 열로 가슴이 답답하게 막히는 증상이 나타나므로 가슴에 열을 풀어줌으로써 치료한다.

수족한은 손바닥과 발바닥에만 유독 땀이 많아 나는 것으로 대인관계 및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열이 위장부위에 모여 흩어지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므로 위열을 식혀주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액한은 땀이 이마에서만 나는 경우로 중병의 말기에 손발이 싸늘하면서 이마에 땀이 대량으로 나면 위험한 현상이다.

절한은 땀이 구슬처럼 방울방울 맺히면서 잘 흘러내리지 않는 경우를 말하며 대체로 병증이 위독한 상태에서 관찰되고 호흡곤란 및 손발이 차가워지는 증상을 동반할 때는 위험하다.

액한과 절한은 병증이 위중할 때 나타나므로 원인이 되는 병증을 치료한다.

냉한은 심하게 허약하여 원기가 부족하거나 갑자기 크게 놀랐을 때 나는 땀을 말한다. 마음을 편히 갖게 함을 보양시켜 치료한다.

식후한출은 음식을 먹을 때 또는 음식을 먹고 난 후에 땀을 비오듯 흘리는 것을 말한다. 위열로 인하여 나타나므로 위열을 식혀주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일반적으로 땀이 많이 난다고 하면 민간요법으로 황기라는 약재를 사서 끓여 먹는 경우가 많은데 황기라는 약재는 위에 언급한 증상 중에서도 양기가 부족해서 생기는 자한증에만 도움이 되는 치료법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땀을 흘리는 상태’에는 ‘황기’가 좋다는 식의 접근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 만약 특별한 자극 없이 계속해서 땀을 흘리는 상태가 반복된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